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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Nov 06. 2019

싼게 비지떡!

일상의 변론


절대 진리이자 모두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원칙이 하나 있다면, 그 중 하나가 타인의 물건이나 서비스는 ‘싸게 사고’, 나의 물건이나 서비스는 ‘비싸게 팔고' 싶은 욕구일 것이다.


그런데, 소비적 측면에서 ‘싸게’ 산 경우, 대부분 역시 싼 이유가 있다는 확인을 경험하고, 극히 일부는 참 잘 샀고, 그 때 더 사둘 걸이라는 만족과 후회이다. 하지만, 싼 이유에 대한 확인을 거친 후라도 싸니까 비용지출한 것에 대해 쉽게 포기하거나 체념한다.


소득적 측면에서 나의 물건과 서비스가 내심의 가격 이상으로 매김당하면 정성이 더 들어가고 그 사람에 대한 좋은 인상을 가지게 된다. 그런데, 부득부득 깎아내림을 당하면 의욕도 꺾일 뿐 아니라 사람에 대한 인상도 그리 좋지는 않다.

변호사의 입장에서 이 모순적이고 이율배반적일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 현실을 알리자면 이렇다. 사건에 대한 수임료를 500만원은 지급받아야 하는데, 변호사 수의 증가로 또는 사건수임을 위해 단가를 후려쳐서 200만원, 300만원 받는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여직원 급여, 사무실 임대료 등 여러 고정비용을 충당함에 있어서 적정 수임료를 받았을 때는 사건을 적게 수임해도 된다. 반대의 경우에는 2배 이상 수임해야 한다.


매출총액면에서 두 가지 상황이 비슷할 수는 있어도 그 실제 상황은 차이가 상당하다. 수임료 단가를 후려쳐서 고정비용을 충당하고 수익을 내는 경우에, 사건 자체에 대한, 그리고, 의뢰인에 대한 시간과 정성의 투입은 1/N로 분산된다. 분모의 크기는 단가를 후려칠수록 더 커진다. 사건처리의 수준과 질적 수준은 하락할 수 밖에 없다. 의뢰인과의 소통 분량은 감소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개인적인 시간과 사생활의 여유가 부족해지기 때문에 변호사의 체력은 저하되고 신선한 정신적 작용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이 장기간 지속되면 그 변호사는 롱런하기 어렵다. 자기 발전도 없고,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기회도 줄어든다. 문제는 결론적으로 그 질적 양적 하락된 물건과 서비스가 소비자인 의뢰인에게 고스란히 전도된다는 점이다.



마찬가지로 일상 생활, 경제활동, 정치활동 등 우리 사회 전반에서 가격은 일정한 정보를 담고 있다. 추상적일지라도 비싼 가격은 해당 물건과 서비스 수준의 표지이고, 싼 가격은 해당 물건과 서비스의 불만에 대해 함구하도록 하는 표지이다. 이제, 선택의 문제가 남았다. 합리적 소비, 결정이라는 것은 스스로가 평가받고 싶은 수준에서 상대방이나 타인에 대해서도 응당 동일하게 평가해 줄 때 비로소 정의지워진다.


우리는 타인에 대해 심각한 기준으로 저렴한 매도를 요구하는 반면, 자신에 대해서는 완곡한 기준으로 고평가된 매수를 희망한다. 이런 식의 접근은 결국, 악순환되어 모두가 합리적 소비, 합리적 결론의 상태에 이르게 하는데 장애가 될 뿐이다.


가격은 일정한 정보를 담고 있지만, 추상적이다. 하지만, 저가는 소비측면이나 소득측면에서 늘 불만요소를 낳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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