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변론
죽음과 거리가 먼 젊은 청년들을 제외하고 인생이라는 레이스의 반환점을 돌 때쯤 한두가지 약을 먹지 않는 사람은 드물다. 있다면 진실로 건강한 사람일 것이다. 사춘기, 대학입시, 취업 등 심적 고통과 갈등, 인내와 절제의 시간이 인생의 초반을 대부분을 차지 한다면 40대, 그 이후가 되면 이제는 몸이 마음에게 말한다.
"이제는 나도 좀 쉬어야 겠어!"
밤을 세기도 하고, 술을 밤세워 진탕 마시기도 하고, 끼니를 불규칙적으로 먹거나 거르거나 해로운 음료나 인스턴트 음식을 아무 고민없이 먹어치우며 젊음이라는 면역으로 세월을 보낸다. 하지만, 다음날, 그 다음날이 되면 다시 또 그와 같은 과정을 반복해도 될만한 체력이 회복되고, 기억도 어제, 그 어제의 하얗게 지샌 기억을 쉽게 망각한다.
하지만, 세월은 누적된 피로와 독소를 회복하는데 점차 더 많은 시간과 휴식을 요구하고, 회복과 치유에 더 많은 에너지를 요구한다. 몸은 서서히 고되고 불규칙한 심적 교란을 견디다가 견디다가 뜬금없이 한마디 건넨다. "마이 무따 아이가!"
고혈압 약, 피부약, 머리나는 약, 간장약, 비타민, 아스피린, 홍삼, 오메가 등등 약물 한가지라도 먹지 않으면 안되는 나이에 들게 된다. 기상시에 이미 몸이 예전같지 않음을 절감한다. 나이의 앞 자리가 바뀔 때마다 몸이 어제같지 않음을 실감한다.
약을 먹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복용을 잊어버리기도 하고, 귀찮기도 하고 한두번쯤 거르더라도 괜찮은 듯 하다. 처방받고 약타고, 지출하는 것이 스트레스이다 하지만, 평균수명이 연장된 가장 주된 요인은 약의 복용에 있다.
예전같으면 자리잡고 누웠다가 서서히 죽음의 문 앞에 놓였을 상황에서 약을 통해 죽음의 문에서 조금 뒷걸음칠 수 있게 된 것이다. 매사에 노심초사이다. 심각하게 불규칙한 생활은 하지 않는다. 용기와 열정이 사그러들었다고 해도 하는 수 없는 일이다.
몸이 쇠퇴했다. 이에 따라 정신은 신중해졌다. 그것이 노화되었고, 노화되고 있다는 증거이다. 약은 이제 습관적으로 복용해야 하는 것이다. 사람마다 복용약의 종류와 분량이 다를 수 있겠지만, 일정한 나이가 지나면 약이 아니면 죽음에서 뒷걸음칠 수 없다.
약을 먹어야 하는 사실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다. 약으로 연명된, 연장된 시간에 무엇을 할 것인지를 고민하지 못 하고, 실천하지 못 하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