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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Oct 24. 2019

거짓말은 진실을 낳는다

일상의 변론

지금도 거짓을 말할 때 거짓인지 참인지에 대해 판별하는 장치가 있다. 거짓말탐지기. 거짓말이 거짓임을 밝히기 위한 요구, 그리하여 참된 진실을 드러내고자 하는 열망이 거짓말을 하는 사람의 의도와 의지와 무관하게 거짓을 밝히려고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고, 향후에도 그런 추세는 지속될 것이다. 


거짓말판별기라고 하지 않고 거짓말탐지기(lie detector, polygraph)라고 명명한 것은 아직 기계장치와 과학, 기술로 거짓과 참, 진실을 명확히 구분짓는 혁신을 이루지 못 했기 때문에 거짓을 탐지하는 정도, 거짓으로 가려져 드러나지 않은 사실을 더듬더듬 발견하는 수준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명백하면서도 납득가는 사실이 있다. 거짓말하는 사람은 거짓말을 하기 위해 반드시 진실을 연상해야 한다는 점이다. 거짓말은 진실을 감추기 위해 거짓말의 설득력을 높이는 필수적인 과정과 노력이 수반되어야 하는데, 거짓말을 하기 이전이나 하는 순간이나 하고 난 이후에도 수시로 거짓말의 거짓이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어느 수준의 설득력을 발휘하고 있는지 계속 가늠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거짓말은 거짓말을 낳는 것으로 되어 있다. 진실을 바탕에 깔고 거짓말로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거짓말에 설득력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거짓말의 청중의 반응도 살펴야 하고 그 내용도 연상중인 진실에 빗대어 평가를 반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거짓말을 하지 않은 상태, 거짓이 발생하지 않은 상태로 순전하게 가역적으로 상황을 만들 수 있으면 더할나위 없겠지만, 거짓말을 한 이상 상황은 불가역적이다. 


사고를 전환하여 거짓말하는 사람은 지속적 반복적으로 진실을 기억하고 연상하는 사람이다. 고의적으로 진실을 뇌리에서 꺼내는 사람이다. 일반적으로 보통 사람들은 망각 덕분에 진실을 가려 환기해 내기가 어려운 법인데,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늘 진실을 생각한다. 


진실에서 일부라도 멀어지는 순간, 진실과 일부라도 배치되는 거짓말을 하는 순간, 거짓말은 설득력을 점차 잃어가거나 순식간에 거짓말의 반대가 설득력을 취득하기 때문에 거짓말하는 사람은 진실을 끊임없이 연상해야 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해야 하는 고된 과정을 필수적으로 거쳐야 한다. 


운이 좋거나 뛰어난 능력의 보유자라면 진실과 참에서 완전히 불순물을 제거할 수 있고, 체계적 정리를 마치면 진실은 명백해지게 된다. 물론, 그 사람만의 공간에서 절대적인 사실이다. 그러한 경지에 오르게 되면 거짓말하는 사람은 완벽한 거짓말을 창조해낼 수 있다. 그 거짓말이 너무나 완벽해서 완전한 진실에 대한 흔들림없는 믿음과 신뢰만큼 그 거짓말에 대해서도 확고한 신뢰와 믿음이 생긴다. 


거짓말이 들통나서 자유가 구속된 사람들은 완벽하고 순수한 진실에서 불순물을 제거하지 못한 채 거짓말을 해서 완벽한 거짓이 되어야 할 거짓에 다소간의 참인 불순물을 섞었기 때문이다. 거짓말은 거짓말을 낳는 것이 아니라 진실을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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