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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Dec 14. 2019

통장도둑

일상의 변론


통장 도둑의 주범은 신용카드대금이다. 신용은 사람의 사회적 경제적 평가의 척도이다. 신용에는 등급이 매겨져 있다. 따라서, 신용카드를 사용해서 여신과 수신에 제한이 있다. 즉, 신용카드로 사용할 수 있는 한도액이 정해져 있다는 의미이다.


돈을 빌리는 것에 대한 반대급부, 즉 이자가 발생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것은, 신용, 즉, 돈을 빌린다는 기본개념이 깔려 있다. 세상에 누가 공짜로 돈을 빌려주겠는가. 문제는 체크카드의 경우 예금한도까지 사용할 수 있지만, 신용카드를 긁을 때 인색함은 멀어지고 관대함이 지배적이다.


신용카드는 당장 현금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어느 시점에 대금을 지급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름신'에 의해 선택과 결정에 비합리적이고 감정적으로 대처할 수 밖에 없다.


신용카드 납부고지서를 받아 보면 그 금액을 어떻게, 언제 사용했는지 조차 의심스럽다. 하지만, 분명 신용카드의 소지자가 결제를 했기 때문에 예상을 초과하는 금액을 결제해야 한다. 급여계좌나 신용카드대금 결제계좌로 지정된 구좌에서 돈이 빠져 나가는 것은 일정하다.


숫자가 찍혔다가 사라진다. 돈을 만져본적도 없이 결제된다. 스쳐지나가는 디지털에 불과한 노동의 대가가 나의 고민없이 기계적인 절차와 약정에 따라 왔다가 사라지는 바람처럼 순식간에 사라지고 만다. 다시 한달을 신용카드로 살아야 하고, 여전히 빚에 대한 결제는 미래 시점으로 연기한다.


리벌빙을 하기도 하고 현금서비스를 받기도 하고 하지만, 통장도둑은 분명 카드대금이다. 실제 돈은 오가지 않는다. 물체적, 물리적 현금의 교환은 없었다. 분명 수치적인 숫자들만의 플러스와 마이너스만이 있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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