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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Jan 08. 2020

대표이사의 아내가 의뢰한 법인파산신청

법과 생활

대기업과의 거래시 문제발생된 경우


(주)이담(정식으로 회사명칭을 밝힐 수 없어서 우리 회사 이름을 붙임)은 CJ, 롯데 등(이하 대기업이라고 함)에 물류유통하는 회사이다. 운영상황이 좋았을 때는 연간 매출이 80억원 이상 되었다. 내가 과거 3개년 매출액과 추이를 검토해 보니 매출액 80억 이상은 족히 되었다. 


유통업체의 대표 A는 탑차, 냉동보관 차량, 보관창고 등을 보유하고 있었고 유통업에 종사하면서 구축한 인맥을 통해 영업을 잘 해 오던 중 문제가 생겼다. 


냉장보관 물류와 냉동보관 물류

유통업체는 운송물류에 따라 보관방법을 달리 해야 한다. 냉장보관해야 하는 물류가 있고, 냉동보관해야 하는 물류가 있다. 그리고, 상온에서 보관해도 무방한 물류가 있다.  (주)이담 대표 A는 20억 상당의 물류를 대기업에 운송하면서 담당직원에게 보관방법을 달리해야 하는 물류를 구분하여 운송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주)이담의 직원은 분명 대기업 담당직원에게 '냉동보관'해야 하는 품목을 지정했다고 하였으나, 대기업 담당직원이 주의를 게을리 해서 냉장보관한 것이다. 물류는 시간이 지나자 소비자에게 판매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고, 대기업은 대표이사 A에게 다시 물류를 납품하던지, 손해를 배상하라고 통보했다. 

대표이사 A의 배우자가 문의를 해 왔다!

처음에는 대표이사 A의 배우자라고 밝힌 B는 일단 자신들이 책임질 문제인지, 대기업측에서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고 하는데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등에 관한 민사상담이었다. 이에 대해 상담을 해 주었고, 몇일 후 대표이사 A와 사무실로 방문하기로 했다. 하지만, 약속한 상담일자에 두 부부는 오지 않았다. 


그리고 나서 몇개월이 지난 후 대표이사 A의 배우자 B로부터 다시 연락이 와서 두 부부를 대면하여 상담하게 되었다. 대표이사 A는 그간 대기업과 협상을 하였으나 대기업은 단호하게 자신들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20억 상당을 전액 배상하던지, 물건으로 납품하라는 입장에서 변화가 없다는 것이었다. 



소송대응이나 반소제기도, 법인회생신청도 해결책이 되지 않는 상황!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거래를 하면 확연하게 갑 VS 을의 관계는 정해진다. 대표이사 A가 운영하는 회사 책임이 아니라고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이나 대기업이 제기한 소송에 대응할 수도 있겠으나, 어떤 식으로든 대기업과의 거래, 관계는 그 순간으로 쪽나기 마련이다. 대기업과의 매출포션이 대부분이었던 (주)이담은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최대 매출처를 잃어버리기는 마찬가지인 상황이었다. 


그리고, 법인회생을 신청해서 20억 채무와 다른 채무들을 정리하려고 하더라도 대기업과의 거래상 회생신청시 자동해지조항이 항상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법인회생을 신청하더라도 매출유지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게다가 자동해지조항의 효력을 유보시키더라도 대기업이 최대채권자인 이상 회생계획안에 대해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도 높았다.


 법인파산이라는 것이 있던데요. 그거 하면 빚이 없어지나요?

대표이사 A는 술을 마시지 않으면 불면의 날이 이어졌고, 흡연량도 2배로 늘었다. 보다 못 한 대표이사 A의 배우자 B는 따로 연락해 왔다. "법인파산이라는 것이 있던데요, 법인파산신청하면 빚이 없어지는 것이 맞냐"는 것이었다. 


배우자 B는 내가 회생전문변호사이고 법인파산전문변호사는 아니라고 생각했었는지, 인터넷을 검색해서 몇군데 로펌 이름도 다이어리에 적어 두었고, 2~3개군데 상담도 해 보았다고 했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내 글도 읽었다고 했다. 


"사모님! 회생전문변호사가 파산도 합니다"


배우자 B는 남편 대표이사 A가 현재 냉정을 찾지 못 하고 있다며 눈물을 훔치면서 방법을 알려 달라고 했고, 나는 대표이사 A와 다시 면담을 해서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일단, 현재 법인의 운영은 사실상 어려운 상태이고 대기업의 청구하는 20억을 현실적으로 배상할 수도 없는 문제였다. 


나는 법인파산신청과 절차에 대해 설명하였고, 개인적인 책임문제에 대한 처리에 대해서도 설명하였다. 우리는 법인파산신청을 통해 (주)이담을 정리했고, 대표이사 A의 문제도 처리했다. 


지난 여름 8.의 일이다. 현재 대표이사 A는 다른 사업을 하고 있다. 그리고, 배우자 B가 경리업무 등을 하고 있다. 예전에는 직원이 십수명 있었지만 현재는 인건비가 올라서 배우자 B가 함께 관리업무를 한다고 했다. 


 대기업의 갑질횡포를 을들이 어찌 막겠는가


참으로 씁쓸하기도 하고 분개가 치미는 일이다. 분할상환도 안된다. 자기네들 책임도 아니다. 법리적으로 대기업책임을 인정받는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거래를 중단하니 정식소송적 대응도, 법인회생절차도 선택할 수가 없다. 


힘없는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은 갑의 중력에서 벗어나지 못 하기 때문에 손해를 보면서도 거래를 유지하기도 한다. 공명정대는 우리 사회에 아무리 만연해도 지나치지 않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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