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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Apr 22. 2016

증거있어요?

윤소평변호사

#1 억울한 김씨가 패소하다



김씨는 지방 출장으로 모텔에 숙박을 하게 되었다. 모텔 프런트에 ‘귀중품은 보관하세요. 분실시 책임지지 않습니다’라는 푯말을 보고, 거래처에 지급해야 할 500만원을 보관시켰다.  


김씨는 다음날 일어나서 “어제 맡긴 현금 500만원 주십시오”라고 모텔 주인장에게 말했다. 그런데, 모텔 주인장이 “언제 맡겼어요!”라며 500만원을 내어 줄 수 없다고 오리발을 내밀었다.      


김씨는 500만원을 모텔 주인에게 보관시키면서 현금보관증이나 영수증같은 것을 받은 사실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김씨는 모텔주인을 상대로 500만원 보관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입증책임상 김씨가 500만원을 보관했다는 사실에 대해서 증거를 대야 한다. 판사가 말한다. “원고(김씨)! 500만원을 맡겼다는 증거가 있나요?”. 김씨는 “진짜 맡겼다니까요, 아 미치겠네”라며 거듭 판사에게 호소했다.      


변론이 종결되어 판결선고일이 되었다. 결과는 김씨 패소판결이었다. 500만원을 보관시켰다는 증거가 없다는 것이 패소판결의 이유다.      




#2 억울한 김씨가 승소하다


김씨는 이가 갈리고 분해서 잠을 못 이루는 날이 이어졌다. 그리고는 문득 깨달았다. 친구와 함께 그 모텔에 다시 한번 투숙했다. 그리고, 이전과 같이 500만원을 보관시켰다. 친구가 보는 앞에서 500만원을 그 못된 모텔 주인에게 전달했다.      


김씨는 친구와 한 숨 푹 자고 다음날 모텔 주인에게 500만원을 내 달라고 말했다. 모텔 주인은 이번에는 순순히 500만원을 건넨다. 왜냐하면, 김씨의 친구가 증인이기 때문이다.      


김씨는 얼마 후 모텔 주인을 상대로 500만원 보관금 청구소송을 다시 제기했다. 판사가 말한다. “원고(김씨), 500만원을 맡긴 증거가 있나요?”, “네, 있습니다. 이 친구가 증인입니다”.     


이번에는 모텔 주인이 판사에게 말한다. “저는 500만원을 돌려 주었습니다. 억울합니다”. 판사가 모텔 주인에게 말한다. “피고(모텔 주인), 500만원을 돌려주었다는 증거가 있나요?”, “네, 김씨의 친구가 증인입니다”.     


그러나, 김씨의 친구인 증인은 결코 모텔 주인에게 유리한 진술을 하지 않는다. 얼마후 판결이 선고된다. 피고(모텔 주인)는 원고(김씨)에게 5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났다.      


이 이야기는,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증거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다. 가족, 선후배, 고향 선후배, 친구, 사회생활상 지인 등 가까운 사이일수록 법률관계에 대해 증거를 남기지 않는다. 그것이 정이고 미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소송은 결코 생판 모르는 사이에서는 발생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생판 모르는 사이에서는 증거를 남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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