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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Mar 31. 2020

양도담보 설정자(채무자)의 담보물 처분 배임죄 불성립

대법원 판례변경

# 사실관계


A는 기계설비를 구입하기 위해 이를 양도담보로 중소기업은행에서 1억5000만원을 대출받고, 이후 기계설비 중 일부를 B에게 5500만원에, C에게 1억원에 팔았다. 검찰은 무단으로 양도담보물을 처분해 채권자이자 담보권자인 중소기업은행에 손해를 끼친 혐의 등으로 A를 기소했다. 



# 제1심 및 제2심의 판단


1심은 양도담보설정자(채무자)가 제3자에게 처분하면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기존 대법원의 판례에 따라 A에 대해 배임죄를 인정하여 징역 2년 6월을 선고했다. 


제2심도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판단 하에 A가 피해금의 일부를 변제하고 합의한 사정을 감안해 징역 1년 10개월로 감형했다. 결국, 유죄를 인정한 판단에는 제1심과 같았다. 


# 변경된 대법원의 판단


가. 기존 대법원의 판결(1983. 3. 8. 선고 82도182 등)

 

항소심은 A씨가 피해금액을 일부 갚고 피해자들과 합의한 점 등을 고려해 징역 1년 10개월로 감형했다. 

상고심에서는 동산을 양도담보로 제공한 채무자가 그 동산을 계속 점유하던 중 제3자에게 무단으로 처분한 행위가 배임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기존 대법원은 기계 등과 같은 동산 양도담보물을 채무자가 가지고 있으면서 제3자에게 처분하면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해 왔다. 


나. 변경 대법원의 판단(2019도9756)


대법원은, 


1. 채무자가 동산을 채권자에게 양도담보로 제공함으로써 채권자인 양도담보권자에 대해 담보물의 담보가치를 유지·보전할 의무 내지 담보물을 다른 사람 등에게 처분하거나 멸실·훼손하는 등 담보권 실행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를 하지 않을 의무를 부담하게 됐더라도, 채무자를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는 점, 


2. 채무자가 그 양도담보물을 제3자에게 처분하는 등으로 채권자의 담보권 실행이나 이를 통한 채권실현에 위험을 초래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는 점, 


3.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는 신분을 요하는 진정신분범"이라며 "'채무자가 계약을 위반하였고, 그로 인한 채권자의 재산상 피해가 적지 않아 비난가능성이 높다거나 처벌의 필요성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배임죄의 죄책을 묻는 것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반하는 점 


등을 이유로 배임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파기환송하였다.



# 윤 변호사의 TIP


제355조(횡령, 배임)
①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
제356조(업무상의 횡령과 배임)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여 제355조의 죄를 범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범죄의 주체이고,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범죄의 주체이다. 그리고, 목적물이 물건인지, 이익인지에 따라서도 횡령죄와 배임죄는 구별된다. 


나아가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것, 타인의 사무처리가 '업무'인 경우에는 가중처벌된다. 


그런데, 대법원이 이번 판결로 기존 양도담보설정자(채무자)가 담보물을 보관하고 있다가 제3자에게 임의로 처분하게 되면 타인의 사무처리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여 재산상 이익을 취한 것으로 보아 유죄를 인정하던 판례를 변경한 것이다. 


부동산양도담보계약은 일단 등기가 채권자에게 이전하지만, 동산양도담보의 경우 채무자에게 보관하여 이를 사용수익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동산양도계약상 채무자는 담보권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처리자'가 아니라는 것이 위 대법원 판례의 요지인 것으로 보인다. 


배임죄와 관련해서 '사무처리자의 지위', '임무위배행위'에 대해 점차 엄격하게 해석하는 추세로 보인다. 


동산 이중매매와 관련하여 중도금을 지급받은 이후 제3자에게 동산을 처분하면 배임죄로 처벌해 왔는데, 이또한 판례가 변경되어 처벌되지 않는다(2008도10479). 


부동산 대물변제예약을 한 후 채무자가 대물변제하기로 한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더라도 배임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사례도 있다(2008도10479).


다만, 부동산 이중매매와 관련해서는 매도인이 중도금을 지급받은 이후 더 이상 계약을 임의로 해제할 수 없기 때문에 제3자에게 이중매매하게 되면 여전히 배임죄로 처벌된다.


주의

동산양도담보물의 임의처분에 관한 판례의 변경이고, 부동산 이중매매에 관해 판례가 변경된 것은 아니다. 대물변제예약이란 돈으로 변제를 못 하게 된 사정이 생겨 부동산 등과 같은 물건으로 대신 변제하기로 약정하는 것을 대물변제라고 하고, 대물변제를 실제 한 것이 아니라 이를 약속한 대물변제예약상의 채무자의 부동산 임의처분도 배임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니 각 사실관계를 정확히 살펴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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