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변론
영화 레지던트 이블이 문득 생각난다. 거대 자본을 가진 '엄브렐라'라는 회사가 치명적인 바이러스 T(T-virus)를 개발하다가 유출이 되어 실험실 내 사람들이 감염되고, 그것이 실험실 밖으로 확산되어 인간들이 영원불사의 몸이 되어 버린다. 즉, 좀비가 되어 버린다.
엄브렐라는 각국의 각료, 지점장들과 협의를 하면서 세계 도처에 실험실을 두고 있고, T-바이러스에 대한 해독제,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한다. 그러는 동안 T-바이러스는 전 세계에 퍼져 평범한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좀비가 되어 영원불사체가 된다. 단지, 보기 흉하고, 움직임은 어설픈 로봇같으면서 T-바이러스가 없는 개체(사람)을 물어뜯는데 삶의 목표가 집중되어 있는 듯 하다.
하지만, 우리의 여주 앨리스(밀라 요보비치)는 T-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체계를 가지고 있고, 엄브렐라는 그녀를 이용해 백신을 대량생산하려고 한다. 그런데, T-바이러스의 면역체, 항체는 T-바이러스 보균자를 좀비에서 통상의 인간으로 회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사멸하게 만든다.
레지던트 이블은 여러 편의 시리즈가 있지만, 어느 편에선가 인간을 지구상에서 어느 정도 사멸시키고, 스스로 판단하기에 지적이고, 엘리트라고 생각하는 인간들이 다시 지구의 재건을 계획하였다는 그런 대화내용도 나온다. 내 기억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T-바이러스는 일단, 여주 앨리스에 대해서는 효력이 없다. 그리고, 그녀의 전투력이 급상승하여 수십명(? 수십마리)의 좀비들 정도는 가볍게 해치울 수 있게 되었다. 중간에 그런 능력을 상실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T-바이러스에 대해서는 까딱없는 존재를 유지한다.
그리고, T-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몇 안남은 인간성을 가진 사람들과 엄브렐라측, 그리고, 좀비들과 맞싸우면서 힘겨운 생존을 이어간다. 결국, 시리즈의 끝에는 T-바이러스에 대한 치료제를 퍼뜨림으로써 T-바이러스 보균자, 좀비 등을 사멸시킨다. 기억하기로는 앨리스도 잠시 죽었다가 소생하는 것으로 영화가 막을 내렸던 것 같은데,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 영화의 결말에 있지 아니함으로 이 정도로 그친다.
T-바이러스와 같은 변종바이러스로 인해 인류가 인간성을 상실하고 살아 있어도 산 것이 아니고, 죽은 것도 아닌 상태로 지구 전체가 폐허가 된 상황에서 희망의 메세지를 유지하는 영화들은 널렸다. '나는 전설이다(윌스미스 주연)', '월드워 Z(브래드 피트)', '컨테이젼(멧데이먼, 기네스 펠트로, 이 영화는 좀비영화는 아님)' 등 바이러스와 관련한 영화 속의 공통점은 해결책이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영화 '창궐'도 마찬가지이다. 그냥 멸망으로 끝내면 영화적 결말에 어울리지 않는가 보다.
우리 인류의 역사를 보면 많은 바이러스에 죽고, 견디어 생존하기를 반복해서 현재의 인류가 살아가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역시 인류를 사멸시킬지, 또한 견디고 이겨내서 다시 회생할 수 있을지 선택지 중 후자에 희망을 걸고, 또한 그렇게 믿는다.
중세 페스트가 인류 전체를 사멸시키지 못 했고, 사스, 메르스 등 여러 바이러스들이 출현하였으나, 죽은 인류의 일부도 있었지만, 살아남은 인류가 여전히 지구를 지배하고 있다.
공통적이어야 할 사항은, 집중에 있다. 지혜와 지식의 집중. 그리고, 감염자에 대한 혐오가 아닌 감염자의 치료와 구원(?)에 인류가 집중해야 한다. T-바이러스, 코로나19가 어떻게 생성되고 유출되었는지도 중요한 문제이지만, 그것을 막아내고, 극복해 내려는 잔존 인류의 대협력이 필요하다.
매일 감염자의 경로가 제시되고 이를 피해 다녀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감염자가 혐오스러워서가 아니라 더 이상 감염되지 않고 또 다른 감염전도체가 되지 않기 위해서이다. 어리둥절한 시기이다. 묘한 적막도 느껴진다. 하지만, 우리는 집중과 협력에 갖은 지혜와 에너지를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