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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Apr 09. 2020

성적 자기결정권 VS 정조의무

일상의 변론

헌법 공부를 한지 오래되어 성적 자기결정권이 몇 조에서 유래되었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법조인들이 헌법공부를 잘 하지 않는다. 내 모자란 기억력으로 헌법 제10조 행복추구권의 파생된 권리가 성적 자기결정권이 아닐까 한다.


성적으로 성관계를 하고 싶은 상대를 결정하고 성관계를 하고 싶지 않은 않은 사람과 관계를 맺고 싶지 않은 권리, 그래서 강간죄, 간통죄 등과 관련해서 성적 자기결정권이 본류가 되어 하부적인 문제들에 대한 판단근거가 된다. 


나는 A라고 하는 여자와 성관계를 하고 싶다. 그런데, A라는 여자 역시 나와 관계를 맺고 싶어 한다. 그렇다면 기본권은 충돌하지 않고, 합치된 것이다. 자유롭게 성행위를 할 수 있다. 하지만, A라는 여자가 성적 기피를 함에도 불구하고 강압적으로 성관계를 하면 범죄가 된다.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했기 때문이다.


간통죄는 폐지되었다. 부부간의 문제에 공권력의 개입이 부적당한 시대가 되었고, 성적 자기결정권이 더 존중되어야 하며, 부부간의 성적 문제 등은 사적 영역에서 해결하라는 취지이다. 


이에 반해 민법 제840조에는 부부간의 정조의무가 규정되어 있다. 부부가 되면 다른 이성과 성적 자기결정권을 함부러 행사해서는 안된다. 성관계는 부부간에만 허용되는 것이 합법적이며, 도덕관념에 의해 합치된다. 따라서, 부부 중 일방이 다른 이성과 성적 자기결정권을 통해 행복을 추구하게 되면 다른 일방에게는 불법행위가 된다. 


나는 사건을 다루면서 이런 생각에 빠진다. 아내와 자식들을 사랑한다. 그런데, 섹스는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다른 이성과 하고 싶다. 성기의 맞대결일 뿐이다. 물론, 그것에 몰입되어 법률상 배우자와 자녀를 도외시하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불법적이면 부도덕한 일이다. 


하지만, 그런 것이 아니라 나의 행복추구권 중 일부인 성적 대상의 결정을 법률상 배우자가 아닌 다른 이성에게서 실행했다고 하여 그 인간이 파멸시켜야 하는 존재로 치부해야 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게다가 성적 일탈을 통해 가정에 더 충실할 수 있는 사람들도 본다. 


부부가 되었다면 다른 이성과 성기의 맞대결은 해서는 안된다. 그렇게 배웠다. 하지만, 회복할 수 없는 손해인가는 냉정하게 따져 보아야 한다. 내 남자, 내 여자라는 개념이 팽배하다. 결혼제도, 유교적 관념이 잔존하기 때문이다. 


불륜은 위자료지급책임을 부담하게 되는 법률상 불법행위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유교적 문화에 의한 막연한 정조관념, 그리고, 혼인도 일종의 계약에 불과할 뿐인데, 그것으로 인해 나의 인생과 가족의 인생, 그리고, 상대방과 그 상대방의 인생을 법원으로 끌어들이는 행위가 당연한 귀결인지에 대해 의문이 든다. 


남편, 마누라가 바람을 피웠고, 증거도 있다. 소송을 한다. 기분이 나쁘기 때문이다. 기껏 판결나봐야 1,500마원에서 2,000만원 수준의 위자료 판결이 난다. 


나는 개인적으로 그 이전에 나의 상대방이 왜 그런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 나는 그것을 충분히 방비할 수 없었는지, 책임을 무조건 상대방에게 전가하기 전에 나는 과연 상대방에게 얼마나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연애시절처럼은 아니어도 관리와 관심을 가졌는지에 대해 점검해 보아야 한다. 


불륜에 대한 에세이를 여러 편 썼다. 그런데, 불륜사건에서 피해자인 나는 전혀 잘못이 없다. 가정에 충실했을 뿐이고, 아끼고 참고 살았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결혼생활은 누군가에게 가중치가 주어지는 책임관계로 변질된다. 


그러던 중에 부부 중 일부는 일탈을 한다. 그것이 성적 자기결정권의 행사일 수도 있고, 정조의무의 위반일 수도 있으면, 반대 당사자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불행사하고 정조의무를 충실히 준수했다고 비교대조할 수 있을 것이다. 


남녀간의 성적 교합은 의미가 있을 수도 있고, 아무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의미를 부여하기 나름이라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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