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생활
# 사실관계
A(여, 아내)는 혼인기간 중에 B(남편)로부터 폭행을 여러 차례 당해 왔으나 이혼하지 않고 혼인생활을 유지해 왔다.
그런데, B가 A를 폭행하면서 갈비뼈 골절 등 상해를 가했고, 이에 참지 못 해 A는 B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하였고, 소송 중에 A가 이혼으로 자녀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것을 염려하여 이혼의사를 철회하는 진술을 하자 법원은 사건을 조정에 회부했다.
# 하급심의 판단
청주지방법원은 조정결정에서
1. A와 B의 법률상 혼인관계는 유지한다. 다만, 별거상태로 유지한다.
2. A와 B는 상호 부부관계를 요구하지 않고, 각 가족행사 등에 상대방은 동참하지 않는다.
3. B는 A에 대해 폭력행사 등 부당한 대우를 해서는 아니된다.
4. A와 B는 상호 협의없이 다액의 부채를 부담하거나 재산을 처분하는 등 부부재산의 변동을 발생시켜서는 아니된다.
5. B는 면접교섭권을 행사하되 21시 이후에는 방문을 금지하며, 특히 주취상태에서 면접교섭하여서는 아니된다.
6. B는 A에게 자녀들과 거주할 수 있도록 거주비, 양육비를 지급하라.
라는 결정을 하였다.
# 윤 변호사의 TIP
졸업과 마찬가지로 졸혼(卒婚)은 혼인관계를 졸업한다는 의미이다. 혼인관계를 해소하는 이혼과 다른 점은 법률상 혼인관계를 유지하되, 각자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사실상 이혼상태에 가까운 상황을 가리킨다.
조정절차에서는 당사자가 합의만 되면 다양한 방식으로 혼인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판결과 같이 주문(즉, 판단결과)이 엄격하게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합의사항을 조정사항으로 결정할 수 있다.
조정이 성립하면 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고 강제집행력도 있다. 다만, 조정사항이 직접적으로 강제하기 어려운 내용(상대방의 신체구속 등)인 경우에는 그 위반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
위 사례에서 아내 A는 남편 B의 주취폭력에 상당히 시달려 온 듯 한데, 막상 이혼소송을 제기한 후 자녀들에 대한 사회적 부정적 인식 등이 걱정되어 소송 중에 이혼의사를 거부하자, 조정에 회부되어 법률상 혼인관계를 유지하되 별거상태로 생활하도록 하고, 서로의 독립적 생활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결정이 된 것으로 보인다.
위 사례를 졸혼을 인정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사실상 이혼상태(법률상 혼인상태이나 부부의 실질, 공동생활의 부존재)를 유지하면서 양육, 양육비, 재산관계에 대해 부가적으로 조정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