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Any essay

사람들#도시종족

일상의 변론

by 윤소평변호사

언제부터인가 출생시부터 주위를 둘러싼 모든 것이 도시, 도시의 일부였다. '서울쥐, 시골쥐'라는 동화를 읽었던 어린 시절이 있었는데, 도시가 아닌 지역이 그 당시에 존재했었는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인 정의에 따르면 우리 모두가 도시종족이 되었다.


도시종족은 [1] 자급자족하지 못 한다, [2] 먹는 물조차 스스로 구할 수 없다. 이 두가지 개념이 핵심이다. 도시종족이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현금이나 신용카드로 필요한 것을 구매하는 행위 뿐이다. '도시'는 산업화가 되면서 각지에 있는 사람들을 '회사', '공장'으로 모이도록 하고, 그 근처에 거주하게 함으로써 자연적이거나 인위적으로 출현했다.


농사를 짓거나 물고기를 잡으려면 농지와 바다로 가야 한다. 도시종족은 그로부터 멀리 떨어져 생활하게 되었고, 식량, 의류, 심지어 물을 길을 수도 없다.


도시는 삶의 시작이자 죽음까지 인류를 그 테두리 내에 두고 있다. 도시는 성장하기도 하고 고사하기도 하는 유기체처럼 느껴진다.



바이러스는 자연계가 인류에 대한 도전행위라고 하면 교만이고, 자연계의 인류에 대한 응징이라고 하면 신학적이다.


바이러스가 출몰하면 도시종족은 자급자족 능력이 없기 때문에 '마트'에서 사재기를 해야 하고, 이번 사태의 경우 '마스크와 소독제'를 구하기 위해 '줄'을 서는 것 이외에 다른 어떤 행동도 할 수 없는 무력한 존재가 되어 버린다. 할 수 있는 행위는 구매행위가 전부였기 때문에 현금보유를 늘려 놓고 물건과 물을 사들이는 행위만을 할 수 밖에 없다.


도시종족으로써 발전된 컴퓨터, 스마트폰 등으로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것처럼 착각하면서 살고 있는 것이다. 도시종족 중 사냥능력, 재배능력, 취수능력을 가진 사람은 거의 없다(일부는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거의'라는 표현을 빌려 씀).


도시종족 중 일부는 농업, 어업, 축산업, 산림업에 종사하기 때문에 일정하게 자급할 수 있겠지만, 계속해서 풀만 뜯어 먹고 살수도, 고기만 먹고 살수도 미역만 먹고 살 수도 없는 일이다. 그곳도 도시이기 때문이다.


도시종족이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에 속절없이 무너지고, 생명까지 잃고 있다. 도시종족은 여전히 자연계를 친화적으로 대하는 듯 하면서도 적대적인 것으로 대하고 있고, 자급자족과 취수에 대해 열등한 점수를 부여한다. 우리가 얼마나 생존에 필요한 행위를 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면 '없다'이다.


인간은 우주도 개척할 수 있고, 미세한 유전자를 조작할 수도 있다. 지능이 진화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진화가 100% 발전적인지는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그동안 얼마나 교만하였는지, 일상에서 주어지는 것들이 지극히 중요하고, 감사한 것이었는지, 스스로 생존할 수 있다고 착각 속에 살아왔는지, 지나치게 성장과 팽창에 몰입해 정작 중요한 전체적 환경을 무시하면서 살아오지는 않았는지.


도시종족은 자체의 무능력과 무기력을 자각하고, 종족 상호간의 긴밀한 관계유지 없이는 상호 몰락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지고, 주어진 모든 것들에 대해 감사하고 겸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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