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소평변호사
엄마는 맞벌이로 출산휴가, 육아휴직을 통해 아들과 상당히 긴 시간을 보내왔다.
그런데, 휴직기간의 종료일이 다가올수록 엄마의 불안은 더 커져만 간다.
일단, 손을 놓은 업무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아침 출근시간에 늦지 않도록 제 시간에 기상할 수 있을지, 부서와 사람이 바뀌었는데, 대부분의 낯선 사람들과 트러블없이 지낼 수 있을런지.
복직일자가 다가올수록 개인적으로 잠을 이루기 힘들어진다.
엄마는 아들에게 자주 반복적으로, 가끔은 무게감있는 어조로, 가끔은 부탁하는 어조로, “엄마가 없더라도 할머니 말씀 잘 들어야 돼”, “숙제도 잘 하고, 밥도 잘 먹고 알았지”.
7세 아들에게는 엄마가 하는 말이 참으로 어렵다. 엄마가 아들에게 부탁한 것은 상당히 어려운 것들이다.
1. 할머니 말씀을 잘 들어야 한다
이 말은 인간 사회가 정해 놓은 규칙과 교육 프로그램을 잘 따라야 한다는 엄마의 아들에 대한 명령이다. 엄마를 하루 중 일정 시간 상실해야 하는 아들에게는 ‘그냥 엄마가 나랑 놀아주면 안돼’. 이 말을 못 하게 만드는 협박이다.
2. 숙제를 잘 해야 한다
숙제를 잘 해야 한다는 엄마의 아들에 대한 부탁은 자기에게 주어진 의무를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는 명령이다. 엄마가 아들 옆에 붙어서 함께 숙제를 해 나가더라도 아들은 온 몸을 비틀고, 집중력을 상실하기가 십상인데, 엄마는 이제 한시적으로 하루 중 일정 시간을 아들과 함께 보낼 수 없으니 “너, 혼자서 이제는 잘 해야 한다”라고 명령하니 아들에게는 심한 부담감일 뿐이다.
3. 밥도 혼자서 잘 먹어야 한다
밥을 혼자서 잘 먹어야 한다는 엄마의 아들에 대한 부탁은 먹고 사는 생계의 문제를 독립적으로 이행해야 한다는 명령이다. 엄마가 아들을 따라 다니며 떠 먹여 주어도 한 끼 식사를 제대로 해 낼까 말까 한데, 갑자기 혼자서 다 떠먹으라고 하니, 엄마를 하루 중 한시적으로 상실해야 하는 아들에게는 밥맛 떨어지게 만드는 상실감일 뿐이다.
하루종일 부대끼며 같이 잠들고, 삼시세끼를 함께 하던 엄마가 맞벌이 때문에 복직을 하게 된 것은 아들에게는 이별과 상실의 고통일 뿐이다.
갑작스런 애정결핍 증상을 앓게 된 아들은 손가락을 갑자기 빨고 있다. ‘일곱살된 녀석이 왜 손가락을 빨아!’ 호통을 치지만, “지지해!”라는 말을 하기에는 너무 커 버렸다.
함께 있는 시간 동안 집중력있게 사랑해 주는 방법밖에는 없다.
살기 힘들어지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아들처럼 상실감으로 인해 손가락 빨고 싶은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