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변론
맥주를 제조해서 팔면 수익성이 높다는 사실을 알지만 일반적으로 맥주제조, 판매사업에 쉽게 뛰어들 수는 없다. 홉을 구해서 다양한 맛을 낼 수 있는 수제맥주를 만들어 이를 소매로 팔 수는 있겠지만, 기존 맥주기업과의 경쟁에 맞서 싸워 승리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맥주시장은 H, C로 시작하는 제품이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맥주를 팔면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명백한 사실을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사업개시를 할 수 없다. 독점기업이 수제맥주를 판매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면 좋으련만 그런 일은 시장에서 잘 일어나지 않는다.
치킨은 부화농장에서 달걀에서 부화한 초생추라는 병아리를 다른 농장으로 보내서 팔고, 농장들은 3~4주 닭을 기른다. 7호, 8호, 9호가 되면 닭은 팔려야 하고, 팔아야 한다. 그 이상이 되면 폐사를 시켜야 한다. 닭이 치킨에 쓸모있는 크기가 되면 그런 닭은 수십만 마리 사 가는 기업이 있다. 이 기업은 치킨회사가 아니다. 닭 사료의 관계회사이거나 전국 농장에 퍼져 있는 닭들을 사모으는 기업이다. 이 기업도 최종 기업은 아니다. 마니커나 하림과 같은 최종 기업의 전단계 회사이거나 관계회사이다.
치킨이 될 수 있는 닭은 500원에서 1,700원. 때로는 시세에 따라 다른 가격을 팔리지만, 우리는 치킨을 2만원 돈을 지불하고 사 먹는다. 이유는 무엇인가. 유통구조가 복잡하고 통행세(직접 거래할 때 드는 비용보다 여러 단계를 걸쳐 상품의 가격을 높이는 대기업의 전략)를 거치기 때문에 최종 소비자는 엄청난 비용을 치르고 치킨을 사 먹게 된다.
이런 말을 너무 길게 했다. 하고 싶은 말은 수제맥주를 만드는 사람이나 달걀부화농장주, 닭농장주, 사료업자, 최종 닭 수집기업, 치킨기업 등이 서로 잘 모른다는 점을 알려 주고 싶다. 서로가 더 비싸게, 더 싸게 비용과 수익에 대해 상반되고 모순된 관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회는 지나치게 협상적이며 협조적이지 못 하다.
나는 분업화가 자리잡은 후에 태어나서 분업이 얼마나 획기적인 문화체계이며 노동자들에게 이로운 것인지에 대해 진지한 비난을 할 수 없다.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시점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 대해 종종, 자주 망각한다.
아름다운 사회, 공정한 사회 이런 것들은 도덕, 윤리, 정의, 공의와 같은 복잡하고 이해안 가는 그런 개념의 실천으로 이루어지기 보다 서로를 이해하면 이루어질 수 있다. 맥주 독점기업이 신생 수제맥주 기업에 대해 이해하고, 달걀 부화장, 농장, 그리고, 치킨 사업자 등 서로 잘 알지 못 하는 사람들에 대해 알아가는 노력을 하면 아름답고, 공정하며 살맛 나는 사회가 될 것으로 믿는다.
상대를 이해하면 자기 이익을 극대화하기 보다 조화를 추구할 것이고, 상대를 기만하는 행동을 최소화할 것이며 함께 오래 지속될 수 있는 신뢰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끼리 서로 결부된 분업관계 사이에서 최대 이익을 취하려고만 하니 우리사회는 만족스럽지 못하고, 불만과 갈등, 분쟁이 종식되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하나의 연필이 어떻게 내 손까지 왔는지에 대해 진지한 관찰을 해 볼 필요가 있다. 분업이 별개 독립적이라고 생각하면 분열된 사회이다. 하지만, 분업이 공업이라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책임감있게 분업단계에서 주어진 일을 최선을 다 해 할 것이다. 하자는 줄어들고, 손해를 전가하는 일이 줄어 들 것이다. 내가 꿈꾸는 세상은 이런 것이다. 사회주의, 공산주의는 결코 반대이다. 다만, 세분화되어 일을 하면서 결국 관련을 맺고 있는 세상에서 전체 일의 일부씩을 나누어 하고 있는 여러 이름모를 사람들에 대한 이해와 인식은 우리나라를 강력한 부유국으로 만들어 갈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