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 망각, 착각

일상의 변론

by 윤소평변호사

우리는 실수를 한다. 우연적 실수와 고의적 실수가 있다. 전자는 이성의 부재 속에서 일어나고, 후자는 숨겨진 의도가 있는 실수이다. 우리가 자동차 키를 두고 온다거나 핸드폰을 두고 집을 나선다거나 무엇인가를 소지하지 않고 그 장소를 잊어버리는 이유는 그 내면에 이유가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우리가 착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의 경우에는 그 착각이 순수한 사고의 불합리가 아니라는 점이다.


말의 실수, 행동의 실수를 통해 사실은 본심을 드러내고자 하는 욕망이 있을 수 있다. "너 같은 사람은 쓰레기야!"라고 했다가 "너 같은 사람이 쓰레기 분리수거까지 하냐?"라고 조속히 수정한다면, 과연 언행의 실수로 그칠 수 있는 단순한 문제일까. 내심으로는 실수를 가장해 "너"란 존재에 대해 화살을 퍼붓고 싶은 심정이 내재되어 있었을 수 있다.


물건을 자주 잃어버리거나 둔 장소를 잊어버리는 것은 그 물건과 관련된 어떤 일을 하고 싶지 않아서 일 수도 있다. "자동차 키를 두고 집을 나선다"면 출근하기 싫은 욕망이 크기 때문일 수 있다. 우리가 착각하는 이유도 현실적인 상황이 현실이 아니길 바라기 때문일 수 있다.


솔직히 사회생활을 부드럽게 하려면 얼마나 많은 거짓표정과 거짓말을 해야 하는지 모른다. 가끔은 인내의 한계심을 느끼기도 한다. 그럴때, 술 한잔 걸치면 실수가 나온다. 대부분 '갑분싸'가 되지만, 자리가 좋으면 가볍게 유머로 치환할 수 있다.


인간은 본의 아니게 의식과 무의식을 가지고 있다. 의식은 지적 능력과 사회적 학습에 의해 적절하게 언행할 수 있는 지침을 일러주지만, 무의식은 늘 불만과 짜증의 억압창고이기 때문에 언제 불쑥 나타날지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적절하게 무의식적인 영역, 그것도 나의 일부이기 때문에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잠재의식, 무의식을 도대체 어떻게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단 말인가. 짜증나는 인간에게 필요에 의해 미소를 짓는 순간에 억압의 창고가 차고 넘치려고 하는데 말이다.


대부분 그 상황을 모면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욕설을 퍼붓고, "X발"을 연거푸 되내이기도 하지만, 대놓고 욕설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실수를 가장하거나 망각, 착각을 이용해 "아! 제가 농담으로 그런 것입니다. 제 실수군요! 하하". 너스레를 떤다.


진실로 실수, 착각, 망각이 우연히 발생했을 수도 있지만, 우리 내심에 또 다른 진실이 이같은 사회적 허용을 이용해 표출되는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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