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나는 똥구멍]

#1 운명과 기능

by 윤소평변호사


입이 시작이라면 똥구멍은 끝이다. 시작과 끝은 음식으로 구별한다. 똥구멍으로 섭취하는 음식은 없다. 물론, 영아의 경우 해열이 안 될 때, 좌약으로 똥구멍에 알약을 삽입하기는 하지만, 음식의 섭취는 아니다. 음식의 섭취는 우리가 유지해야 할 에너지를 얻는 과정인데, 똥구멍으로는 그와 같은 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


입은 벌리지 않는 한, 얼굴의 가운데 자리에 자리잡고 있고 입술이 입의 위치를 대변한다. 입술에는 립스틱, 립밤 등 피부톤과 어울리는 화장품들로 치장하고, 고통을 참으며 입술을 부풀리는 수술도 한다. 게다가 치아는 어떤가? 매일 3번 닦고, 6개월 간격으로 스케일링, 치아미백 등 숱한 비용과 시간을 들여서 관리한다.


입은 가시적인 반면, 똥구멍은 불가시적이다. 거울 등으로 자신의 똥구멍을 비추어 보지 않는 한, 똥구멍은 우리 눈에 비치지 않는다. 게다가 입술은 직접 손으로 만지면서도 똥구멍을 휴지나 티슈와 같은 '장막'없이 맨손으로 만지는 경우는 드물다. 몸의 일부이고, 입과 연결되어 있는 종점임에도 똥구멍은 매우 슬픈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다.


똥구멍은, 입이 섭취한 다양한 음식들 중에서 에너지화하고 남은 잔량을 배설하는 특별한 기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냄새와 똥 자체의 혐오 때문에 똥구멍의 '실재'가 형편없이 저평가된다. '앵두같은 입술'임에 비해 '똥구멍을 핥을 정도'라는 비유로 비열한 아첨에 대해 우리는 비난의 표현에 똥구멍을 대입시킨다.


입으로, 똥구멍으로 자리배치를 받을 때, 똥구멍은 아마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을 것이다. 신이 정한 인간의 육체방식은 순식간에 형성되기 때문에 똥구멍이 자기 운명과 기능을 다른 기관으로 대체해 달라고 항변했을 수가 없다.


하지만, 우리는 똥구멍 없이는 '해우', 즉, 근심을 해결할 수 없다. 똥구멍의 중요성은 입만큼이나 마찬가지이다. 똥구멍이 아프면 '치질'이라고 해서 부끄러울 '치'를 쓴다. 똥구멍은 중요한 기능을 하고, 인간에게 해방감을 선사하고 있음에도 부끄러운 육체의 일부이다. 하지만, 똥구멍은 묵묵히 두터운 양쪽 근육 사이에서 매일같이 자신의 운명과 기능을 침묵 속에서 수행한다.


똥구멍은 입을 부러워 하지 않는다. 똥구멍은 입을 볼 수 없고 자신의 운명을 벗어나 다른 운명으로의 기대를 지각할 수 없다. 우리 인간은 입과 같은 존재가 되고 싶어 한다. 똥구멍은 싫다. 우리는 경험적 비교를 통해서 우리의 운명과 기능이 막대하게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늘 불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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