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생활
무고죄는 다른 사람을 형사처벌이나 징계를 받게 할 목적으로 수사기관, 공무소, 공무원에게 허위 사실을 신고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로 징역 10년 이하 또는 벌금 1,500만원 이하로 처벌되는 범죄이다.
무고죄는 모든 허위사실을 수사기관 등에 신고함으로써 성립할 수 있고, 특히, 허위 고소에 의한 경우에 성립할 수 있는데, 개인적 경험으로는 문서위조죄 관련범죄, 성범죄 관련해서 무고죄가 실무상 많다.
무고죄 관련 대법원 판례 소개!
# 사실관계
A녀는 2016. 5.경까지 박사논문 지도교사 B와 성관계를 맺어 오다가 B교수의 배우자에게 발각돼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당했다. 그러자, A녀는 B교수를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죄로 고소했다. 고소내용은 B교수가 2014.경부터 2016.경까지 14회에 걸쳐 성폭행했다는 것이었고, 검찰은 A녀와 B교수는 합의 하에 성관계를 맺은 것이고 B교수가 지위를 이용해 간음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증거불충분 혐의없음 처분을 하였다.
고소, 고발사건에서는 검사가 반드시 고소인, 고발인의 무고죄에 대한 판단을 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검찰은 A녀를 무고죄로 기소했다.
# 하급심의 판단
제1심은
A녀가, B교수를 강간취지로 고소를 했다가 수사과정에서 내연관계가 드러나자 B교수가 그루밍 수법으로 간음했다는 취지로 고소사실을 변경한 점,
A녀가 B교수와의 관계에 있어서 학습화된 무기력 상태(그루밍)에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A녀의 자발적 의사에 기해 B교수와 합의 하에 성관계를 한 것으로 보이고, A녀가 B교수에게 남자친구와 교제하면서 결혼하기로 했다고 B교수에게 알리기도 한 점
등에 비추어 그루밍 수법에 의한 위력에 의한 간음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A녀에 대해 무고죄를 인정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제2심은,
제1심과 같이 A녀의 무고죄를 인정하면서 검찰의 양형부당(형이 가볍다는 이유)을 받아들여 징역 1년형을 선고했다.
제3심(대법원 2020도1842)
대법원은,
1. B교수의 지위를 이용해 A씨를 간음했다는 고소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이라는 점에 관한 적극적 증명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려운 점,
2. 고소사실에 나름의 진실성이 있다고 볼 여지가 있고, 고소사실의 진실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소극적 증명만으로 곧 고소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의 사실이라고 단정해 무고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는 없는 점,
3. A녀가 작성한 고소장과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의 기본 취지는 B 고수와의 성관계가 A녀의 자유의사에 따른 것이 아니고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으로 평가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점을 호소한 것이라는 점,
4. '그루밍에 의한 성관계라고 고소사실을 변경한 것은 변호인이 개진한 것으로 이해되는 점,
5. A녀가 비록 고소사실을 일부 변경하였으나 일관된 입장과 태도를 보인 것에 주목하면 그가 내린 주관적 법률평가가 잘못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지언정, 허위사실을 고소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점,
6. 성폭력 범죄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사적이고 내밀한 영역에서 이루어져 당사자들 외에 그 내막을 정확히 알 수 없는 것이 일반적이고, A녀가 B교수에게 사회적·정서적으로 감화·예속될 수밖에 없는 형편에 놓여 있었을 가능성을 긍정한다면, A녀가 B교수와 친밀도를 유지하고 만족감과 행복감을 표현한 것을 서로 합의 하에 성관계를 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는 점
등을 이유로 A녀의 무고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판단했다.
# 사견
무고죄가 불성립하는 경우는 법리오해, 사실오인에 기한 고소, 고발일 경우이다. B교수가 배우자가 있는 처지에서 제자와 성관계를 맺었다는 사실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하지만, 법적 처벌에 있어서는 사실관계를 엄격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내가 이 사건을 담당한 것이 아니어서 사견을 내놓기는 어렵지만, A녀는 박사학위를 받고자 하는 목적이 있었을 것이고, B교수의 지도를 필요로 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14차례에 걸쳐서 성관계를 맺고 그 후 "피해자다움"의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최근에는 성인지감수성이라는 요건을 가져다 성범죄에 대한 유무죄를 판단하고 있다.
A녀의 고소사실의 변경을 보면, 처음에 반항불가할 정도의 폭행, 협박에 의한 강간을 당했다고 하다가 교수의 지위에 대항할 수 없는 상태에서 간음을 당했다는 것인데, 강간과 업무상 위력에 기한 간음간에는 사실관계가 확연히 차이가 있다.
제1심, 제2심의 판단이 옳아 보이는데, 대법원의 판단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다. 그리고, 요즘 "되바라진 여성"들도 종종 있다. 관계가 좋을 때는 화간(합의하에 성관계)이고, 관계가 틀어지거나 위 사건처럼 배우자 등으로부터 법적 조치가 취해지면 강간이니 간음당했니 하면서 자신을 피해자로 만드는 경우들이 실무적으로 분명히 있다.
진실로 업무상 지위에 눌려 간음행위를 당하는 여성들은 분명히 구제되어야 하고, 그 행위자는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 하지만, 성범죄는 사실 아무런 증거가 없는 사건이다. 내밀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가해자 VS 피해자 뿐이다. 판단의 비중을 어느 쪽에 두느냐의 문제에 따라 유무죄가 갈린다. 물론, 명백한 증거(대화내용, 메신저 등의 기록)가 있다면 판단이 달라질 수 없겠지만, 아무튼 위 사건은 사실관계에 비추어 볼 때, 대법원의 판단이 마냥 옳다고 여겨지지는 않는다.
https://www.youtube.com/watch?v=71RHUWGKT1A&t=18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