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자유가 우선이다!"
태평씨는 최근에 영화 '국제시장'을 TV로 띄엄띄엄 관람했다. '띄엄띄엄' 관람이란 영화 속에 녹아있는 역사적 현실에 대한 직접적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다. 광복부터 6. 25.전쟁, 군사쿠데타, 민주화운동, 그리고 현대에 이르기까지 굵직한 역사적 사실을 주인공을 통해 실제 국민, 시민이 어떻게 이 나라를 부유하게 만들었는지 조망하고 있지만, 태평씨에게는 들은 역사일 뿐, 현실은 아니었다. 우리 아버지, 그 아버지의 현실이었을 뿐이다.
한 나라를 빈곤에 빠트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나라를 부유하게 만드는 일을 정부에 맡기는 것이다
- 후안 바우티스타 알베르디 사상가
태평씨는 "박정희가 아니었다면 우리나라가 이만큼 살 수 있었겠어"라는 말과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로 이어지는 군부독재로 민주화가 지체되었다"라는 말 사이에서 혼란을 겪을 나이는 아니다. 태평씨가 의문을 가지는 부분은 강력한 독재자, 권위주의적 정부, 거기까지는 못 미치더라도 자칭 효율적인 정책을 펼친다고 하는 정당과 정부의 정책, 결정이 과연 그들이 내세우는 것만큼 효율적이고 성공적이었는가에 있다.
경부고속도로의 개설, 조선사업, 중장비 사업 등 독재시절에 국가의 기반산업, 간접자본시설이라고 할만한 것들이 '눈부시게' 실현되었다. 하지만, 그 비용은 누가 부담하였는가. 부강한 국가(미국, 일본 등)로부터 대출을 받거나 부족하면 국민들로 하여금 파독광부, 파독간호사, 베트남전 등에 파송해서 비용을 충당했다.
해외로 '돈 벌러 나간' 광부나 간호사, 참전용사들은 소득을 대부분 국내로 송금해야 했는데, 일부는 정부가, 아니 지도자들이 자기 주머니를 채우고 나머지를 그들의 가족에게 전달했다. 광부는 갱 속에서 석탄가루 반, 빵 반으로 끼니를 떼우고, 간호사들은 육중한 독일 식물인간들의 대소변을 치워야 했다. 참전용사는 죽거나 다치거나 후유증에 시달려야 했다. 결국 소중한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이 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일을 도맡아 함으로써 그 대가로 가시적인 경제발전이라는 것이 이뤄진 것이다.
권력집단의 결정은 개인의 자유에 기한 성장보다 더 효율적인가!
태평씨가 여지껏 살아보니 시간, 속도, 결과라고 하는 3요소에 의해 휘둘려 세상을 바라보고 얼마나 많은 부정확한 선택과 결정을 해 왔는지, 정부와 국가가 하는 일에 맹목적인 비판이나 맹신 중 다른 생각은 하지 못 하고 살았는지를 조금씩 깨달아 가는 중이다.
태평씨는 속도와 시간 때문에 개인의 자유, 그로부터 결정된 것들이 현실에서 작용할 때까지 인내하지 못 했다. 아니 태평씨를 둘러싼 환경, 사회, 조직, 정부와 국가가 태평씨와 같은 개인들의 자유로운 활동과 사상으로부터 탄생하는 결과에 대해 기다릴 여유가 없었다. 순환적으로 태평씨는 강력한 정부와 조직의 결정, 전문가들이 내놓는 옵션들에 대해 그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믿고 생활하는 것이 편했다.
긴 시간을 두고 보면 권위적 정부, 독재자의 결정이 초기에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리는 무너지고 비행기는 추락하며 배는 가라앉는다. 긴 시간을 두고 보면 자유가 충분히 보장된 사회에서 전문가의 지적보다 더 좋은 결과를,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 역사적으로 증명되었음에도 태평씨는 그렇게 배웠기 때문에 독재자를 영웅적 지도자로, 다소간의 억압은 국가발전을 위해 감내해야 하는 것으로 당연히 여겼다. 살아보니 지도자, 전문가의 결정이라는 것이 자유로운 결정보다 효율성이 지나치게 높거나 국가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지 못 함을 한국사를 비롯 세계사가 보여준다.
태평씨는 배움이 짧아 시장주도 VS 국가주도라는 경제학적 논쟁으로만 자유주의를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투표만 할 수 있으면 민주주의국가라고 단정하는 경향이 있다. 태평씨에게 질문해 보자. "과연 당신의 의사가 정책에 반영된 적이 있는가". "이웃의 생각이 정책에 반영된 적이 있는가", "생각이 다른 이웃의 생각이 정책에 반영된 적이 있는가". "태평씨의 불만을 정부나 전문가들이 해결해 준 적이 있는가 ". 끝없이 질문해도 태평씨는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지 못 한다.
정부, 집권세력, 국가는 개인적인 자유를 어쩌면 논외로 생각하는 기저가 있고 권력의 유지와 재취득에 결정을 내리고, 정책이랍시고 실행한다. 그것들에 의해 개인의 자유는 뒤로 밀려난다. 하지만, 태평씨는 전문가, 지도자들이 하는 일에 대해 깊이 관여하고 싶지도,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태평씨의 하루는 그만큼 고단하기 때문이다.
태평씨는 말한다. "긴 시간, 긴 관점에서 보면 개인에게 자유가 충만하고 그로인해 자발적이고 자생적인 해결책들이 실현될 때 오히려 일부 권위적 세력이 내린 결정보다 성과가 더 좋다. 그래서 자유가 우선이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