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better life

[태평씨는 이렇게 말했다]

[6]"작은 희망에 목숨걸지 말라"

by 윤소평변호사

태평씨는 사업하는 친구와 오랜만에 술마시기로 약속을 했다. 그 친구는 사업을 시작한지 어언 16년 구력의 법인 대표이다. 태평씨가 강남역 3번 출구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그 친구가 지하철 역 밑에서 올라오는 모습이 보였다. 친구는 언제봐도 과거의 기억을 상기시키고, 격식을 차릴 필요가 없기 때문에 '기분좋은 관계'중 하나이다.


태평씨와 그 친구는 적당한 노바다야끼 집을 골라 자리를 잡았다. 태평씨는 그 친구에게 "사업은 잘 되지?"라고 별뜻없는 안부를 물었다. 그러자 그 친구는 낯빛이 변하고 술을 권한다. "나, 파산했다". 태평씨가 이 말을 듣고 보니 그 친구의 행색이 예전만 같지 못 하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다.


태평씨는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라 빠른 속도로 비워지는 그 친구의 술잔에 "아빠! 힘내세요(오또상 간바레)"라는 사케를 연거푸 채워준다. 사실 그 친구는 번창할 때 친구들 중에 비싼 수입차를 가장 먼저 구입한 사람이었고, 모임에서 '골든벨'을 울릴 정도로 호방했는데, 기대했던 투자유치의 실패, 코로나, 일본과의 외교마찰 등 내외로 압박을 받아온 듯 했다.


태평씨야 꼬박 월급쟁이로 살고 있으니 그 친구의 사업 속사정에 대해서는 알 수 없는 노릇이고, 코로나로 중소기업이 어렵다는 소식이야 많이 그리고 자주 들어서 공지의 사실에 불과했기 때문에 그 친구의 사업에 대해 나름의 추측은 가능하다 여겼다. 하지만, 태평씨가 무어라 할 말이 있겠나. 그저 사케이름처럼 "힘내라! 다시 하면 되지! 너 능력있잖아!". 공허한 말들만 내뱉는다.


작은 희망에 대한 대가로 너무 많은 걸 잃을 수 있다!


사업은 비용지출의 연속이고 성공의 가능성에 희망을 걸고 하는 일이다. 태평씨가 회사에 출근해서 타서 마시는 커피믹스부터 휴대폰 충전과 PC 사용에 드는 전기, 화장실의 휴지와 물, 정수기, 복사기와 용지 등 사업자에게는 모두가 비용이다. 월급쟁이들은 전기세, 수도세, 소모품, 각종 렌탈료도 비용에 포함되어 있는지에 대해 별다른 인식이 없다. 그리고, 월급쟁이들의 4대 보험료의 절반은 회사의 비용으로 부담한다. 태평씨가 앉고 쓰는 책상과 의자도 점차 마모되어 감가상각을 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고, 태평씨의 회사 내 자기 공간도 임대료에 포함되기 때문에 비용이다.


태평씨는 사업하는 사람들이 엄청난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 하고 알 필요도 없다. 그저 날만 채우면 월급이 나오고 매해 월급이 얼마나 인상될지, 상여는 얼마가 나올지에만 관심을 기울이면 된다. 태평씨의 친구처럼 사업하는 사람들은 모두가 성공을 꿈꿀 지언정 상황이 나빠질 것에 대한 가능성과 전망에 대해 깊이 고민하기를 꺼려한다. 사업가가 계획한 것 중 일부는 '헛된 시도'이고 실패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는 특별한 가중치를 두고 싶어하지 않는다. 마치 태평씨가 내년에는 월급이 삭감될 수 있다는 끔찍한 생각을 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태평씨도 요즘 주위 사람들과 더불어 주식투자에 합류했다. 태평씨는 '주린이'인데 주식으로 다들 돈벌었다는 간증(?)을 수없이 들으니 낙오되는 느낌에서 벗어날 수 없어 꼬불쳐둔 비상금을 주식매수에 투척했다. 그런데, 투자한 주식가치가 오르고 돈을 벌게 되자 점차 투자액수가 더 많았다면 더 벌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마통으로 더 주식을 매수했다. 태평씨는 주식을 '꾸욱' 숙성시켜 두려고 했지만 자꾸 차트에 신경이 쓰이고 업무의 맥락이 수시로 단절된다.


비합리적 인내의 지속과 위험추구!


태평씨가 '어깨'라고 생각하고 약간의 돈을 벌게 되자 욕심이 생겼고 원금+수익+대출을 통해 판돈을 키웠다. 태평씨가 며칠 후 안색이 좋지 않은 일이 결국 벌어졌다. 충분히 예상가능한 일이지만 주식을 사고 팔기를 반복하면서 결국 고점에서 매수한 주식이 하락해 그간의 수익은 물론 원금까지 일부 갉아먹어버렸다.


사람의 심리는 묘한 것이 자신이 계획한 것은 '헛된 시도'이거나 '더 나빠질 가능성'에 대해 깊은 반감을 가지고 있고, 손실을 보는 나쁜 상황에서 오히려 위험을 더 추구하고 비합리적인 인내를 발휘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태평씨는 결국 매수주식을 손절했다.


태평씨의 친구도 국내 사업을 키워 중국지점, 일본지점을 동시에 설치하여 사세를 확장했다. 친구가 나름의 준비와 분석, 계획을 세우고 일을 벌렸겠지만 그 계획에는 '헛된 시도'가 포함되어 있었을 수도 있고, 국가간 정치적 역학관계, 코로나와 같은 사태를 예견할 수 없었다는 불가피성도 포함되어 있지 않았을 것이다.


친구는 저조한 매출에도 불구하고 국내, 국외지점에 꼬박꼬박 지출되어야 하는 비용들을 부담해 왔고, '나아질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 속에서 비합리적인 인내를, 그리고 안타깝지만 재빨리 지점을 폐쇄하였어야 함에도 위험추구를 계속하는 바람에 개인 자산까지 몽땅 은행에 내주게 되었다. 마치 태평씨가 주식에 더 많은 돈을 꼴아박은 것처럼.


태평씨는 말한다. "작은 희망에 목숨걸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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