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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씨는 이렇게 말했다]

[10]"인과관계만 따지지 말고 상관관계를 살펴 봐라"

by 윤소평변호사

태평씨가 마흔 중반의 나이를 넘기면서 어릴 적 품었던 꿈도, 생각도 많이 변했다. 물론 모습도 변했다. 흰머리가 나고 아랫배도 튀어나오기도 했다.


태평씨는 주입식 암기위주의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브레인스토밍이니 메탈인지니 하는 현대의 학습방법이나 학습요건에 대해 알지 못 하고 오로지 암기능력과 IQ로, 그에 따른 시험성적에 따라 학습능력을 평가받고 성적에 따라 명문대학의 서열대로 대학에 진학하고 또한 성적에 따라 대기업 순위에 따른 취업이 일반적으로 현실화되는 시대를 살아왔다. 그 시절에는 대부분이 인과론적으로 한 인생이 전개되던 그런 때였다.


태평씨가 배우기로 사람 나이가 '마흔'이면 불혹이라 하여 미혹되거나 현혹되지 않는 항상심을 가지게 된다, 가져야 한다고 배웠는데, 마흔 중반의 태평씨는 항상심, 항상성을 유지하기 어렵다. 인과론적으로 삶이 전개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인과관계란 어떤 사실이 어떤 사실의 원인이 되고 결과가 되는 관계
상관관계란 어떤 사실이 어떤 사실을 증가시키거나 감소시키는 관계


태평씨 세대의 윗 세대의 인과론적 인생은 대학입학, 군복무, 복학, 취업, 결혼 그렇게 살다가 60세를 넘기면 은퇴해서 유유자적(?)한 삶을 살다가 고래희(70)를 넘기거나 그렇지 못 하거나 하여 생을 마감하는 것이었다면, 현대는 본래적 업종에서 은퇴하더라도 아직도 죽을 날이 아직 멀어서 다시 인생을 살아야 할 숙제를 짊어지게 되었다.


기술이 발전하니 인간수명이 연장되었고, 기술이 발전하니 인과론적 삶의 형태는 파괴되어 어떤 식으로 살아야 그나마 안정적인 삶인지에 대한 표준이 없어지고, 기술이 발전하니 배우고 익혀야 할 것들이 증가하고 죽을 때까지 먹거리를 제공해 줄 것만 같았던 고전적 업종이 사라져 버려 유목민(?) 신세가 되어 버린 것과 다름이 없어졌다.


그럼에도 제도는 출렁거리는 개별 구체적인 태평씨의 삶에 대해 지표를 제공하지 못 한다. 노후대책은 고사하고 자녀 양육기간이 과거보다 길어져 결혼시키고 대충 전세금이라도 마련해 주어야 중산층이라고 할 수 있는데, 태평씨가 중산층에 속하지 않다는 것쯤은 스스로 알고 있다. 하지만, 제도는 기술변화의 속도보다 항상 늦다. 그래서 태평씨와 같은 개별 구체적인 시민들은 각자 알아서 살아남을 궁리를 절실하게 해야 한다.


기술이라는 변수가 상관관계에 의해 평균수명을 증가시키고, 먹거리를 앗아갈 지경이니 원인과 결과 탓만 하면서 세월의 흐름을 마냥 지켜볼 수 없다. 뭐든 해야 한다. 하지만 막연하다. 태평씨는 아이들이나 하는 코딩, SNS 등 기술의 세계로 거주이동을 해 보려고 시도 중이다.


하지만, 태평씨의 여지껏 세월이 안겨준 관성이 강력한 충돌(?)없이 의지만으로 변화되기는 어려운 일이다. 기술과 속도는 인과적인 사회 생태계를 파괴하고 상관있거나 상관없게 사회 생태계를 구분해가고 있다. 그 속에서 태평씨가 상관관계를 맺으면 살아남는 것이고, 상관없게 되면 도태되는 것이다. 태평씨의 남은 삶이 근근이 이어지느냐, 그나마 이어지느냐는 태평씨의 의지와 노력은 물론 제도의 도움이 필요하다. 개별 구체적인 시민에게 기술과 속도에 상관을 맺으라고 방임하면 국가와 정부의 존재이유는 일부 없어진다.


태평씨는 말한다. "살기 힘든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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