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better life

[태평씨는 이렇게 말했다]

[15]"모든 게 지쳐서 그래!"

by 윤소평변호사

태평씨는 '산다는 것'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복잡하게 생각할수록 그 의미가 복잡해지고, 단순하게 생각할수록 단순한 듯 하다는 느낌이 든다. "산다는 건 먹고 싸고 자는 것이 아닐까". 태평씨는 말했다. 여기에 어떻게, 무엇을, 누구와 등등의 수식어에 대해 답변을 달기 시작하면 '산다는 것'은 점점 복잡해진다.


태평씨가 하루 세끼를 먹고 자고 배변하는 하나의 순환에는 많은 에너지소비가 필요하다. 먹는 것에도, 자는 것에도, 배변을 하는 것에도 그리고 업무를 하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든 일련의 과정에 에너지가 소비된다. 태평씨도 스마트폰처럼 방전되었다가 충전되기를 반복한다.


익숙한 것에는 에너지가 적게 소비되고 생각도 덜 하게 된다. 하지만 중요하거나 복잡한 일을 처리할 때 많은 에너지가 소비된다. 태평씨가 익숙한 것을 하든, 생소한 것을 하든 무엇인가를 할 때, 육체적 활동이든 정신적 에너지가 공통적으로 소비된다. 정신적 에너지는 하루에 사용할 수 있는 총량이 제한되어 있어서 적절하게 배분해서 사용해야 한다.


정신적 에너지가 고갈되면?

태평씨의 경우 정신적 에너지가 고갈되면 바람직한 선택과 결정보다 이기적인 결정을 할 때가 많고, 참고 넘어갈 일에도 짜증을 내며 화를 내기도 한다. 대부분 정신적 에너지가 충전되어 회상해 보면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태평씨와 달리 에너지고갈이 주변 사람들로 하여금 봐 줄만한 정도를 초과할 경우이다.


뉴스를 보면 마스크 미착용과 관련해 폭력을 주고 받고, 자기 아이를 학대하거나 남의 아이를 학대하고 부모를 학대하고 연인 사이를 피해자와 가해자로 만들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 정신적 에너지가 고갈되지 않고 정신 자체가 시스템 고장인 사람이 야기한 사건들은 드물고 대부분 정신차리면 제 정신인 사람들이 '그 순간'에는 정신에너지 고갈로 예상치 못 한 행동을 해서 책임을 면치 못 할 사고를 치게 된다. 여론의 지탄도 받게 된다. 여담으로 '지탄'은 손가락 총알이라는 뜻이다.


고갈로 지쳐서 자기통제를 할 수 없게 되거나 활력을 생성할 수 없는 현상을 심리학적으로 '자아고갈(ego depletion)이라고 부른다. 이 상황에서는 자극에 민감하고 바이오리듬이 망가지고 과민반응을 보이고 논리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인다. 태평씨도 겪어서 알지만 본인이나 타인이 이 상태에 빠져있는 것 같으면 건드리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태평씨도 지친다. 그리고 보통 사람들도 지친다. 바이러스, 실직, 부패와 비리, 치솟은 전세보증금, 양육(사교육), 홍수같은 정보, 루틴한 소득활동 등 사회가 정신에너지 고갈을 더 부추긴다. 이럴 때 모든 것(시간도 자신도)을 잊고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쉬어야 하는데, 그런 기회가 잘 보장되지 않는다.


태평씨는 이렇게 말했다. "다들 너무 지쳐서 그래!", "정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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