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변론
태평씨는 나이 마흔 중반을 넘으면서 뱃살도 불렀지만 숙면을 취하는 날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태평씨는 새벽에 한두 차례 잠에서 깨어난 후 다시 수면에 빠지는데 시간과 노력이 상당히 필요하다고 느낀다. 그런 날에는 태평씨는 머리도 맑지 않고 몸도 무겁다. 태평씨는 새벽에 자꾸 잠에서 깨는 이유를 생각해본다.
지나친 카페인 흡입, 음주 후 취침, 당일 과도한 스트레스, 기분 상한 경험, 과도한 채무 등등
우리의 뇌는 어떤 생각을 하면 연쇄적으로 다른 생각을 유발하고 그 생각들은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생각의 꼬리를 생각이 물고, 그 다음 생각의 꼬리를 그 다음 생각이....이런 식으로 봇물처럼 생각이 터져 나온다. 꼬리의 꼬리 중 어딘가에서 절단이 되면 편히 잠들 수 있으련만 지칠 때까지 이런 현상이 멈추지 않기 때문에 잠을 편히 잘 수 없다.
태평씨가 곰곰히 생각해 보건대, 결코 생각이라는 것이 옴니버스 형식으로 유발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A라는 사실, 사람, 물건 등에 대해 한번 생각하면 그와 관련된 생각들이 이어지는 것이지 A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중에 B, C, D.....등에 대한 생각들이 간섭되지 않는다. 한 번 어떠한 것을 생각하면 관련성있게 그에 관한 생각들이 이어지게 된다.
태평씨가 상사로부터 갑질을 당한 날, 그날 밤에 태평씨가 현실과 잠의 경계선상에서 절반은 생각을, 절반은 수면을 취하는 듯한 상태에서 되먹임, 골탕 수준의 복수를 멋지게 해 줄까 고민한다고 가정해 보면, 오로지 상사와 상사가 쌤통인 상황에 빠지도록 묘수를 찾게 되고 그것을 실현할 계획을 짤 수 있다. 그러면, 생각의 꼬리들이 수갈래로 이어져 숙면을 그르친다. 그 사이에 예쁜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표정이 생각난다면 좋으련만, 앞서 말했듯 생각이 한번 시작되면 그와 관련된 생각들만이 주로 이어지기 때문에 지칠 때까지 생각을 하다가 전전반측하는 법이다.
생각을 꺼야 한다. 적어도 나쁜 생각에 대해서는 더더욱 꺼야 한다. 나쁜 생각은 결과예측이라는 생각이 뒤따라 붙는데, 그것이 실현되었다고 가정할 때 생각이 점차 강해져서 심박동이 빨라지고 깊은 잠의 수렁에서 헤어나올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질 좋은 수면을 취할 수 없게 된다.
태평씨는 말한다. "생각을 꺼야 한다! 왜냐하면, 나한테 좋은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