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단 없는 성장사회에는 중단된다"
태평씨는 물건들을 주욱 생각해 본다. 손목시계는 스마트폰이 있어서 필요가 없는데도 샀다. 캠핑도구는 일년 중 몇번 캠핑하지 않는데도 거금을 들여서 샀다. 집도 좁은데 김치냉장고도 샀다. 그런데, 옷을 자동으로 세척, 다림질해주는 전자제품이 출시되서 사야되나 마음이 갈등한다. 정수기, 공기청정기는 렌탈했다. 자동차도 아이들 학원 때문에 2대를 굴리고 있다. 컴퓨터도 2대이다. 하나는 데스크탑, 하나는 노트북. 비대면 수업 때문에 2대가 있어야 한다. TV도 2대이다. 철지난 TV를 버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웃도어도 마찬가지이다. 태평씨는 등산을 좋아하지 않는다.
태평씨가 보기에 지금 이 세상은 '필요'에 의해서 물건이 제조되고 판매되는 사회가 아니다. 기업들은 계속해서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없던 필요'를 만들어 낸다. 태평씨는 자꾸 사고 싶어지고 결국에는 사게 된다. 태평씨가 해마다 듣는 얘기는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얼마인지에 관한 것이다. 그것도 친절하게 외국 기업이나 금융기관이 해 준다. 물론, 한국은행도 당해 연도의 경제성장률 예측값을 내놓다. 성장만이 있다. 물론, 코로나와 같은 세계적인 위기 때문에 (-)성장을 기록할 때도 있다. 하지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제는 계속 성장해야 하고, 기업은 '필요없는 물건'을 만들어 팔아야 하며, 태평씨는 사들여야 한다.
태평씨가 걷고 있는 이 길은 중단 없는 성장이 지속되어야 하고 점차 이 세계를 지배하는 인구 수는 감소한다. 혹자는 이 세계를 지배하는 소수의 사람이란 인구 전체의 1%라고 한다. 중단 없는 성장사회에서는 부와 권력이 점차 하나의 점으로 축소되는 경향을 가진다. 나머지 99%는 1%가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물건과 권리를 소유할 수 있다.
지나친 과장일까. 1% 인구의 이익은 태평씨가 보유한 돈의 상실로 채워진 것이다. 보기 좋게 말하면 '태평씨의 소비'에 의한 결과물이다. 소비가 진작되어야 기업이 성장하고 경제가 성장된다고 하는데, 태평씨와 같이 '필요없는 소비'를 '필요한 소비'로 세뇌당하는 세상은 참으로 기이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아무도 이런 상황에 대해 문제삼지 않기 때문이다. 필요한 것만 만들어 팔아봤자 재벌은 존재할 수 없다. 좋은 세상 만들겠다고 거짓말을 해야 권력도 거머쥘 수 있는 법이다.
99%의 사람들은 태평씨처럼 '사고 싶다', '사야 한다', '샀다'로 살아야 한다. 휴대전화도 멀쩡하지만 2년 또는 3년 주기로 약정이 끝나면 기기변경을 한다. 새로운 상품은 기존의 상품보다 절대 저렴할 수 없다. 태평씨는 더 많은 양의 돈을 상실해야 한다.
태평씨는 말한다. "소비를 줄여야 겠어!". 이 말은 "중단 없는 성장사회가 중단되어야 한다"는 말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