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better life

[생각] 너는 실패한 게 아니야! 강해지고 있는 거지

일상의 변론

by 윤소평변호사

나는 X세대에 속한다. 1970년대 출생한 세대를 지칭한다. 알런지 모르겠지만 '서태지와 아이들' 노래를 사모으던 세대이고, 부모들이 도대체 정체성을 가늠할 수 없다 해서 X세대로 불리웠던 듯 하다. 그래도 X세대는 노력하면 어느 정도의 사회적 성과를 개인적 만족으로 귀결시킬 수 있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영구 임대 아파트'에 살았지만 공부 열심히 하면, 시험에 합격만 하면 '영세민'에서 납세의무자가 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대학도 들어갔고 사법고시를 통해 변호사로 살고 있다.


그런데, 지금은 개인적 노력과 현재적 즐거움의 포기를 통한 절제와 인내만으로 사회적 성과를 내기 어려울 뿐 아니라 개인적 만족은 커녕 패배감, 우울감, 절망감이 청년들의 전반적 심경인 듯 하다. 지금도 직원들을 6명 고용하고 있는데, 형편만 된다면 더 고용하고 싶다. 하지만, 최저임금인상에 4대보험료 증가 등에 따른 부대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에 청년 한 명 고용하는 것이 쉽지가 않다.


청년에 대한 수치적 정의는 다양하다. 그런데, 얼핏 리서치해 본 결과 청년이란 만 19세 ~ 34세 정도로 보면 될 듯 하다. 청년들이 각자의 노력과 적성, 희망에 따라 쉽게 일자리를 구할 수 있어야 부모가 살 수 있다. 왜냐하면 소득활동을 하는 청년들이 증가해야 국민연금, 국민건강보험료도 납부할 수 있으니 말이다.


소득불균형, 코로나, 교육의 세습 등 뻔히 다 알고 있는 청년문제의 원인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삼가하겠다. 다만, 청년들이 도전하는 것을 포기하거나 도전을 유보하는 상태에 머물러 사는 것에 대해 선배로서 한마디 하고 싶다. 청년들이 도전하지 않는 이유는 실패자로 낙인받지 않기 위해서라고 하던데, 즉, 무언가에 도전하지 않거나 경쟁에 참가하지 않으면 아직은 실패자로 확정되지 않기 때문에 실패의 결과로 인한 좌절, 패배감, 우울감 등을 덜 겪을 수 있다고 한다.


좋은 대학,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 어렵고, 집 사는 것도 어렵고, 결혼도 어렵고, 출산도 어렵고 갖가지 요인들이 청년들의 도전의식에 잠재적 유보의식을 주입시켰다는 것도 알고 있다. 사회구조의 문제와 병폐가 청년들의 건강한 도전과 열정을 불만과 분노로 전화시킨 것도 사실이다. 부모 집구석 잘 사는 청년들이 질좋은 사교육을 받고, 부모 덕에 얼토당토않은는 스펙쌓는 마당에 기회가 주어진들, 내적 본질에 있어 불공정하다.


최근에 알게 된 동갑내기 고등학교 교감선생이 술자리에서 내게 말했다. "애들 학원보내야 해! 되도록 좋은 학원에 말이야!". 공교육 기관에 있는 교감선생이 이런 말을 할 정도이니 평범한 부모, 돈없는 집구석에서 자란 청년들에게 주어지는 기회의 평등이란 허위이거나 가식일 뿐이다.


시험에 나올만 한 것들을 돈 주고 공부한 청년과 나올지 말지 한 것들을 독자적으로 공부한 청년 모두에게 시험볼 자격을 주어본들, 그것이 어떻게 공정하다 할 수 있겠는가. 경쟁과 도전에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 했다고 하더라도 그대들은 실패자가 아니다. 더욱 강해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자기 기여도 100%로 도전과 경쟁에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청년 이외에 세습적 요소로 좋은 성과를 거둔 청년들은 그 과실이 자기 능력이라고 착각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혼자서 묵묵히 노력해서 도전하고 경쟁했다가 패배한 다른 청년들에게 미안한 감정을 가져야 하고, 더욱 겸손해야 한다.


나는 만 19세에 대학을 들어갔고 34세에 아들을 출산했다. X세대 다른 청년들에 비하면 결혼도 출산도 늦은 편이었다. 나의 결혼이 늦은 이유는 대기업취업(당시 OO글로벌 합격)을 포기하고 28세에 고시공부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합격은 30세에 했다. 1차에 2번 합격했고, 2차시험 3번만에 합격했다. 신림동에 유명한 고시학원들이 있기는 했지만, 좋은 학원 다닌다고 사법고시에 합격할 확률이 높아질 확률이 그리 크지 않았고, 사법고시 과외도 있다고 들었지만 무슨 문제가 나올지 알 수 없는 노릇인 상황에서 세습적 요소는 그리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 했고, 고시원비용과 최소한의 생활비(당시 월 13만 정도 썼던 것 같다), 책값만 있으면 씹어먹듯 공부해서 합격할 수 있었다.


청년들이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힘들 것이다. 기업은 채용을 안하지 역병이 돌아 경제는 안 좋지(TV에서 경제지표가 좋아졌다고 하는 것은 보통사람들이 실감할 수 없는 영혼없는 막대그래프일 뿐이다), 인재의 채용을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지 않고 과거에 뭘 했는지(그놈의 스펙)에 따라 채점하니 될 일도 안 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청년의 잘못이 아닌 것이다. 기성세대와 국가의 잘못이다.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았으니 말이다. 지옥고(지하방, 옥탑당, 고시원)에 살면서 공시생이 늘어가는 이유는 그나마 세습적 요인이 덜 작용하는 기회이기 때문일 것이다.


부디 포기하지 말아줄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 암담한 현실을 놓고 보면 희망회로를 요구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포기하면 정말로 끝이지 않는가. 꿈틀거리기라도 해야 달라질 기회가 생길 것 아닌가. 캥거루로 살더라도 포기하지 않는다면 기회가 올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사회도, 인식도 심각성에 대해 눈뜨기 시작했지 않은가. 강해지고 있는 것이니 계속 꿈틀거리자. 낙심하고 또 낙심한 들 우우~울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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