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 살면 엘리베이터 1칸을 두고 양쪽으로 분단되어 살게 된다. 보통의 아파트가 20층까지는 있으니 40가구가 살고 있는 셈인데, 이들을 다 알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일단 같이 엘리베이터를 탔으면 인사 정도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녕하세요", "들어가세요", "올라가세요"
이게 어렵나? 어색할 뿐이지 같은 라인에 사는 것도 인연인데 인사를 하던 안 하던 몇 층, 몇 호에 사는지는 몰라도 얼굴은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게다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각 집에서 들고 나는 시간이 비슷하기 때문에 마주치는 이웃은 대부분 겹치기 마련이다.
얼마전 쓰레기 분리수거하는 날 출근길에 많은 쓰레기를 할머니(요새는 60세 정도는 할머니가 아님)가 혼자서 여러 박스를 들고 나가시길래 한 박스를 훌쩍 옮겨 드렸다. "아이고, 안 그래도 되는데, 고마워요" 하셨다. 사실 음식물 쓰레기를 대신 버려드릴 수는 없다. 호실마다 입력하는 게 있어서. 하지만, PET류나 종이류는 양복을 입은 상태에서도 옮겨도 별지장은 없다.
하지만, 골프채는 옮겨주지 않는다. 개인적인 다짐이다.
아! 그런데 오늘 아침 운동을 하고 현관문에 카드를 대고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려고 했는데, 나를 본 누군가가 급하게 엘리베이터 문을 닫고 14층으로 올라갔다.
나는 평소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먼저 탄 경우, 누군가 들어오는 사람이 보이면 '열림'버튼을 누른 상태로 기다린다. 그리고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각자의 층에서 내린다. 그냥 그렇게 하는 것이 맞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아침 운동하고 주차하고 누군가 현관을 들어가는 것을 보고 서둘러 카드키를 대고 현관문을 열고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했는데, 분명하고도 명백하게 나를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문을 재빨리 닫고 혼자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 사람이 있었다.
혼자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는 것이 코로나방역 때문인가 생각했지만, 싸가지가 없는 주민임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면 관리비도 아낄 수 있고 저도 나도 마스크 쓰고 있어서 문제없을텐데, 그 사람은 참으로 배려라는 것이 없다는 생각을 했다. 최대로 긍정적으로 생각하더라도 "똥마려워서?". 그런데, 2~3초간에 항문이 열리지는 않을텐데. 그것도 아니다.
그저 저런 사람들은 남들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자기 상황, 자기 입장만 생각하는 것이다. 악의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 사는 것이 습관이 되었고, 아무런 생각도 없는 것이다. 약간의 배려, 타인에 대한 약간의 관심, 그런 것이 전혀 없는 것일 뿐이다.
엘리베이터를 예로 들었지만, 우리 사회에는 약간의 배려와 타인에 대한 미말의 관심이란 것을 대가리에 탑재하지 않고 사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다수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부디.
끼어들려고 하는 차량에 대한 공간양보, 청소하는 분들을 위해 화장실을 좀 더 깨끗하게 사용하기, 뒤따라 오는 사람이 보이면 건물문을 연 상태에서 잠시 대기하기,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잠자는 척 하지 않기 등등
선행이 뭐 큰 것인가. 그저 작은 배려와 관심이면 충분한 것 아닌가. 그것이 돌고 돌아 세상은 좀더 윤택해지는 법인데, "지나가는 객이오만 오늘 하룻밤 묶을 수 있겠오?". 조선시대 사극이나 전설의 고향 등의 드라마를 보면, 생판 모르는 사람이 숙박을 청하면 방 한켠을 내어주던 동방예의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싸가지를 좀 가지고 살았으면 한다.
살기 좋은 세상은 나의 싸가지에서 비롯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