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변론
하늘의 신 우라노스와 대지의 신 가이아 사이에 태어난 열두 남매 티탄(Titan) 중 여섯째 아들 크로노스가 누이 레아와 결혼해서 유명한 하데스, 포세이돈, 헤라 등 오남매를 낳았으나 코로노스는 출산된 자식을 삼켜 버리는 기행을 버렸다. 레아가 제우스를 임신했을 때 몰래 빼돌려 산 속 동굴의 요정 아말테이아에게 위탁양육한다. 제우스가 청년이 되어 아버지 크로노스에게 토하게 만드는 약을 먹여 형과 누나들을 살려냈지만 어린 상태였기 때문에 제우스가 그들을 동생, 누이로 여기게 되었다.
그리고, 제우스는 티탄들과의 전쟁을 벌여 전쟁을 벌여 신들의 왕이 되는데 이 전쟁에서 공을 세운 스틱스는 저승 주위에 흐르는 강의 여신으로 신이나 인간이나 스틱스에 대한 맹세를 하면 결코 위반할 수 없는 맹세의 증표가 되는 명예를 얻게 된다.
스튁스에 대한 맹세는 신이나 인간이나 절대 위반해서는 안되기 때문에 함부러 이 여신을 두고 맹세를 해서는 안된다. 그런데, 태양신 헬리오스와 인간 사이에 태어난 파에톤이 헬리오스를 찾아가 자신이 헬리오스의 아들이라는 증표를 보여달라고 했고, 헬리오스는 어떤 소원이든 들어주겠노라 스튁스를 두고 맹세했다. 파에톤은 태양신 아버지가 운전하는 태양마차를 타고 드라이브하고 싶다고 했고, 헬리오스는 이를 수차례 만류하였으나 스튁스를 두고 한 맹세이니 지키지 않을 수 없었다.
파에톤은 반신반인이고 힘이나 경험도 부족해서 태양마차를 제대로 운전할 수 없었다. 파에톤의 부족한 운전실력 때문에 대지가 불타고, 하늘 축을 떠받치는 아틀라스도 힘들어 했고, 포세이돈 역시 바다 밖으로 몸을 내면 그을려 버려졌다. 계속 두다가는 혼돈을 초래할 것 같아 제우스는 번개로 파에톤과 마차를 부셔 버렸다.
신화 속 한 편의 이 이야기에서 나는 스튁스에 대한 맹세를 강조하고 싶다. 한 번 맹세, 약속하면 신이든 인간이든 결코 위반할수도 취소할수도 없이 반드시 지켜야 하는 맹세의 구속력 말이다. 우리는 수없이 약속한다. "누굴 걸고 맹세하는데, ~~~", "무엇을 걸고 맹세하는데, ~~~~", "하늘을 향해 맹세하는데, ~~~" 등등. 그런데, 우리는 그토록 굳게 행한 맹세를 반드시 지키고 있는가. 아니면, 내심 지키지 않을수도 있지만 상대방을 믿도록 하기 위해 이러한 맹세를 남발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평범한 우리 말고도 지키지 못 할 약속을 매우 공개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정치인들이다.
정치인들의 공개적 약속인 공약들은 스튁스강에 맹세하라고 하면 아마 여러가지가 삭제될 것이다. 위반시 스튁스의 재앙이 닥쳐 저승의 강으로 끌려가야 하기 때문인데, 공약은 국민들을 상대로 하는 것일 뿐 스튁스강에 맹세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내심으로나 현실적으로 이행가능성이 떨어져도 일단 맹세를 해 놓고 본다. 그리고 일단 말고삐를 잡게 되면 예상했던 대로 맹세를 지키기 어려운 현실에 부딪혀 위반을 하게 되는데, 정치인들의 맹세 속에는 일부 기망과 과장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정치적 법적 책임을 어딘가로 돌려야 하기 때문에 반대세력의 탓을 하거나 외부적 요인을 끌어들이거나 해서 국민들의 비난에서 벗어날 궁리를 한다.
스튁스에 대한 이야기가 현실에 작용하면 얼마나 좋을까. 정치인들이나 타인을 일말이라도 속이려는 사람들에게 모두 스튁스강에 맹세토록 하면 거짓된 약속과 맹세를 하지 못 할텐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