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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력서(履歷書)의 의미를 아시나요?

일상의 변론

by 윤소평변호사

너무 흔히 이력서, 이력서해서 이력서에 대한 의미를 잘 알지 못 하고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력서(履歷書)는 이력에 대해 적은 문서이다.


그런데, 글자 하나씩 풀어보면,


이(履)는 '신발, 또는 발걸음'을 뜻하고, 역(력, 歷)은 '지나온 자리, 경과하다' 그런 의미이다. 이력이란 결국 신발을 신고 발걸음으로 지나온 자리, 그렇게 경과해 온 과정이다. 이력은 어떤 사람이 어떻게 과거를 걸어왔는가를 의미한다. 이력이 단순한 커리어나 스펙만으로 읽히는 것은 제한적 해석으로 보인다.

"이하부정관(李下不整冠), 과전불납리(瓜田不納履)"이라는 문장이 있다.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을 고쳐쓰지 말고, 오이 밭에서 신발을 고쳐 신지 말라는 의미이다. 즉, 타인의 의심을 살만한 언행을 하지 말라는 뜻이다. 여기서도 신발 이(履)가 등장한다. 신발은 예상보다 많은 문장이나 이야기 속에서 등장한다. 신데렐라의 유리구두, 콩쥐팥쥐의 꽃신도 신발 이(履)에 관한 이야기이다.


다시 이력서로 돌아가서 최근에는 '자소서(자기소개서)'와 동일한 기능으로 이력서가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자기소개서의 내용 중 대부분은 '이력'에 관한 것이다.


어떤 사람이 신발을 신고 걸어온 길, 현재까지 지내온 역사가 이력이다. 이력에 커리어나 스펙을 '화려하게', '초라하게' 남길 수 있다. 걸어온 길은 다시 돌아갈 수 있지만, 시간적으로 발로 걸어온 역사는 돌이킬 수 없다.


누군가의 '화려한 이력'에 순간 감탄하다가 그의 숨겨진 부정한 이력이 들통나서 배신감을 느낄 수 있고, 누군가의 '초라한 이력'에 그를 무시했다가 그가 진실하게 살아온 그 과정을 깨달은 후에는 후회할 수도 있다. 이력서의 이력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이 성급한 결론이었다는 것을 그 사람을 지속적으로 겪어보지 않고서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그 사람의 진면목과 가치는 이력서의 기재사항만으로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


잿투성이 신데렐라가 모진 학대에도 성실하게 발걸음(주어진 일을 성실히 수행)을 해서 결국 왕자의 아내가 되고, 콩쥐가 꽃신으로 규수가 되듯이 어떤 사람을 평가할 때 신발이 걸어온 역사를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력에 수상, 표창, 학위, 논문, 봉사, 공익활동, 성적 등을 잘 적어 놓아 그를 높이 평가했는데, 그것이 허위나 과장이라면 일단 그가 신발로 걸어온 길이 진실되지 않은 것이고, 그에 속아 넘어간 많은 사람들에 대해 사죄해야 할 것이다.


이력에 수상, 표창, 학위, 논문, 봉사, 공익활동, 성적 등에 대한 사항이 헐빈해서 무시했더니 그가 신발로 걸어온 길이 진실되고 이타적이었다고 한다면, 평가자인 우리가 그에게 사죄할 일이다.


당신의 이력은 어떠합니까? 허위나 과장에 해당하는지, 표리가 부동하게 걸어오지는 않았는지, 타인을 속이면서 걸어온 것은 아닌지 등에 대해 질문해 볼 필요가 있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진실되고 이타적인 이력을 쌓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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