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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Jul 26. 2021

[생각]아고라에서 답을 찾다(1)

일상의 변론


국민이 납부한 세금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데 국민들은 사실 해당 정책에 세금이 얼마나 사용되고, 어떻게 사용되었는지에 대해 도통 알지 못한다. 세금사용에 대한 권리는 세금을 납부한 국민에게 있다. 정치인들은 세금의 사용처가 전문가의 판단과 면밀한 점검의 결과로부터 정해진 것이라고 말한다.

세계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가장 비난받는 곳은 국회다. 지역주민, 국민들의 의사가 정책수립과 결정에서 개입될 수 없고, 전문가의 판단,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정책이 실시되다보니 전문가도 예상치 못한, 그리고, 정치적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생각했던 의도들이 착각이자 문제였다는 결과만을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정책수립과 결정과정에서 주민, 국민들의 의사가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 하기 때문에 집회와 시위가 열리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실제적인 주민, 국민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정책의 문제점을 비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실이 이와 같더라도 피맺힌 주민, 국민의 목소리가 가까운 시일 내에 정책에 반영되는 경우는 드물다.


세상을 살다 보면 많이 배운 전문가의 판단, 정치인들의 판단이 삶을 이론적으로만 윤택하게 할 수 있다는 허구에 불과하고, 오히려 다양한 삶을 겪고 있는 사람들끼리의 판단이 현실을 개선하는 경우가 더 많다.

정치인, 전문가라고 명함붙인 사람들은 각자의 이익과 지엽적인 전문성을 뒤로 하고, 주민, 국민과의 열띤 토론을 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언제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냐고 반문할 수 있다. 열번, 스무번, 또는 그 이상 토론하느라 시간만 흘러갈 수 있다. 하지만, 삶을 제대로 현실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정책은 시간을 두고 주민, 국민의 의사가 반영된 것이어야 실효성이 있다. 마치 명검은 여러번 달구고 담금질하고 두드려야 하듯이 말이다.


대의제와 전문가집단의 판단이 세상을 개선하기는 커녕 북극과 남극으로 사람들을 내몰고 그 분열이 극단에 치닫게 만들고 있다. 불만, 불신, 분열, 자괴, 자책 등 온갖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이 우리 사회를 살맛나지 않게 만들고 오만과 교만이 쪼들려 사는 사람들을 무시하게 만든다.


헌법을 뜯어 고치지 않는 한 대의제를 버릴 수 없다. 하지만, 아고라에서 열띤 토론을 벌여 의사결정을 하였듯이 SNS 등 소통의 연결고리가 발달한 지금, 고대 아고라보다 더 넓고 더 평등한 아고라를 만들 수 있다. 주민, 국민이 정책수립과 결정에 각자의 의견을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부동산투기꾼들을 잡으려고 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어떻게 정책의 시그널을 읽어내고 용케 피해가는지에 대해 고견을 들을 필요도 있다. 그래서, 아고라가 필요하다.


가시적 효과를 내서 정치적 지지를 공고하게 하고 싶은데, 유학가서 배운 것을 써 먹고 싶은데, 주민, 국민들과 토론하느라 시간 다 보내면 국가운영을 어떻게 하냐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국가운영은 전문가집단과 정치인들이 결정한 것을 국민들에게 하향식 배급하는 것이 아니다.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국민을 위한 것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그 과정에서 표현의 자유를 마음껏 누릴 수 없다면 그들이 결정한 정책이란 것은 주민, 국민의 실제적 삶을 윤택하게 할 수 없다. 그러니 추가 땜질하느라 또다시 또다른 전문가, 다른 정치집단이 잘못을 이어가는 것이다.


해당 정책의 수혜자의 요구를 반영하지 못 하는 정책은 세금만 써대고 실제 국민들에게 이로움을 널리 할 수 없다. 지금은 우리만의 아고라가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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