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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Aug 12. 2021

견해 차이

일상의 변론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느냐, 역사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삶은 완전히 달라지고 그의 미래 또한 달라지는 법이다. 다음은 김흥식 편저의 '원문으로 보는 친일파 명문장 67선 중 어느 사람의 글이다.


아래와 같이 글쓴 이는 대국민 호소와 같이 경고문을 3차례에 걸쳐 널리 배포하면서 조선인들의 개인적 신상의 안전과 독립 운운하며 시위와 집회를 만류하고 특히, 폭력적 집단적 행동을 삼가하고 조선인과 일본인이 본래 하나의 인종적 뿌리를 가지고 있다고 진술하고 있다.


조선독립은 예전처럼 회귀하는 것이고 국제적 대세(제국주의 열강)를 따라 일본과 같이 동양평화에 동참해야 한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글쓴 이의 형세판단은 독립이 과거로의 회귀, 발전 이전의 단계로의 회귀라고 판단한 듯 하고, 현실적으로 조선인 각자가 식민상황에 맞춰 생활하는 것이 조선인들에게 이로운 것이라고 생각한 듯 하다. 독립운동은 그래서 글쓴 이에게 헛된 것으로 인식될 수 밖에 없었다.

1918. 미국 윌슨 대통령이 제1차 세계대전 후 민족자결주의를 평화원칙 조항에 삽입했다. 그후의 일은 1919. 2. 8. 독립선언, 1919. 3. 1. 운동이 있었다.

글쓴이는 일본 천황이 조선인과 일본인을 똑같이 사랑하고 있고 조선인을 열등하게 대하는 일본인이나 일본인에 대해 저항하는 조선인 역시 일본 천황의 뜻에 거스르는 것이라 하였다.

이런 글들을 쓴 이는 누구일까?

아래 글을 읽어보면 누구인지 짐작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오타 수정 : '단핸'이 아니라 '단행'



그렇다. 이완용이 쓴 글이다. 이완용은 제국주의 열강 중 동양에 속하는 나라는 일본뿐이라는 점, 유럽 제국주의에 대항해 동양의 평화를 추구하는 것이 대의이고, 조선독립은 실현되어도 의미가 없을 뿐(우리나라는 항상 대국인 중국에 의존했기 때문에) 아니라 실현가능하지 않다고 보았다. 그리고, 일본이 우리에게 해 준 수많은 것들(사회간접시설(철도, 도로, 건물축조, 교육 등)의 확충, 군사기술 등)이 조선인에게 유익한 것이고, 일본과 합병하지 않았다면 그런 물리적, 문화적 혜택(?)을 어떻게 누릴 수 있었겠느냐 반문한다.


그래서 이완용은 조선인들을 향해 여러 차례 경고문을 작성해 배포함으로써 조선인들의 무지(?), 독립에 대한 허상, 독립의 비효율성 등을 강조한 듯 하다.


나는 할아버지의 얼굴을 모른다. '윤봉모'. 할아버지의 성함이다. '봉'자 돌림이니 윤봉길 의사와 같은 항렬인 것으로 보인다. 이완용의 가치관에 따르면 일본 식민제가 그토록 좋은 것인데, 목숨과 재산, 가족들을 희생하면서 독립운동을 한 애국지사들은 그릇된 현실인식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란 말인가.


결국, 어떤 관점, 어떤 세계관으로 과거, 오늘, 내일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이 달라지게 되어 있는 법이다. 억압받는 자유를 가진 민족이 그깟 물리적 시설, 선진적 문물을 만져볼 수 있는 것만으로 스스로 주인이라고 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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