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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Aug 23. 2021

태블릿 PC, 노트북, 스마트폰...기록하는 인간

(Archivist)

인간이 문자를 가지게 되면서 경험, 기억, 추억을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 호모 아키비스트(Archivist)는 기록하는 인간으로 불리운다. 실제 아키비스트(Archivist)는 기록보관을 담당하는 사람을 가리키는데, 기록하는 인간으로 의미가 변한 것인지 모르겠다.


호모 아키비스트는 동굴 벽, 그릇, 돌, 대나무 등 나무, 금속, 종이, 자기테이프, 디스크, CD, 저장메모리(컴퓨터), USB, 태블릿 PC, 스마트폰 등을 통해 기록해 왔다. 누락된 저장수단이 있을 수 있다. 기록하는 인간은 그 기록이 유용하게 사용되기를 바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누군가의 어떤 기록은 자신에게 화를, 또는 타인에게 화를 입거나 입힐 수 있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뇌물에 대한 이력을 수첩이나 컴퓨터에 기록해 두었다가 그것이 노출되어 스캔들, 게이트로 발전하는 장면들을 볼 수 있다. "화"가 미치는 기록들이다.

태블릿 PC

태블릿 PC에 기록한 호모 아키비스트가 있었다(어떤 이는 해당 태블릿 PC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가장 유명한 태블릿 PC 중 하나일 것이다. 나라를 뒤흔들고, 굴지의 기업을 뒤흔들고 여러 인생들이 골로 갔다. 이 아키비스트는 태블릿 PC 하나로 은막을 걷고 세상에 전신을 드러냈고 가짜 진보에게 정권의 지휘봉을 넘겨 주는 초유의 사태를 만들었다. 그 뒤의 삶은 기록하지 않더라도 생생하게 겪고 있으니 구체적으로 기록하지 않겠다.


노트북

노트북에 기록한 호모 아키비스트가 있었다. 그 노트북은 존재했는데 존재하지 않고 있다. 오로지 이 아키비스트만이 진실을 알고 있다. 이 유명한 노트북에는 표창장, 자산관리(블라인드 펀드라고 누가 주장했던 펀드 등), 시시콜콜하지만 의미있는 것들이 기록되어 있을 것으로 간주된다. 추정하려고 했지만 판결에서 인정했으니 간주라고 기록해도 무방할 것이다. 추정은 번복이 가능하지만 간주는 번복이 불가하다.


이 호모아키비스트의 배우자는 더한 중독적 호모아키비스트이고 4년여간 쉼없이 자신의 견해가 진실이라며 기록하고 있다. 자신들을 둘러싼 기록이나 판결 등은 모두 음해, 모함, 마타도어라고 기록한다. 쓸데없이 종이에 기록을 자주 하는데, 지구환경을 생각해서라도 디지털로 기록하기를 권고해 주고 싶다.


이 유명한 노트북은 어디로 갔을까? 허리를 접고 어딘가에서 배터리가 방전된 상태로 쉬고 있을 것이다.


스마트폰

스마트폰에 기록이 있을 것이라고 다른 호모아키비스트를 누르고 폭행한 호모가 있었다. 압수수색 영장의 효력범위에 대해 누구보다 깊은 이해를 가진 호모인데, 다른 호모아키비스트의 기록을 어찌나 보고 싶어 갈망했던지 '악수 이외에 타인의 의사에 반한 물리력은 폭력'이라는 사실을 잠시 망각한 것인지 다른 호모를 폭행했다. 판결에 의하면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었다.


난중일기, 징비록과 같은 호모 아키비스트의 기록들은 참혹한 전쟁과 백성의 처참한 현실이 적시되어 있는 기록이다. 호모 아키비스트가 위대하기 때문에 기록이 위대해 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호모 아키비스트가 부패하고 비위에 젖어 있을 경우에 그 기록은 가치없거나 화를 초래하는 것이다.


기록하는 인간은 위인이거나 파렴치한이 될 수 있다. 기록의 내용 때문이다. 그리고, 기록하는 인간 중 대부분은 평범한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것은 기록의 내용 때문이 아니라 삶을 순리대로 열심히 살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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