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변론
내가 벌어들인 소득, 그 소득으로 마련한 재산(부동산, 동산)에 대한 처분, 사용, 수익권한이 나에게 있다. 그리고, 채무를 부담하지 않는 한 누구도 나의 소득과 재산에 대해 침해를 할 수 없다. 나의 소득, 재산으로 원하는 소비를 할 수 있다. 이것은 자본주의의 기본 원리이다. 내 돈을 내가 쓰는 것. 돈을 버는 방법과 수단, 소비의 결정까지 온전한 자유가 주어지는 것이다.
남의 돈을 남이 쓰는 경우가 있다. 개인의 소득과 재산을 전부 또는 일부 거둬서 정부가 사용하는 것이다. 국민의 재산이라는 남의 돈을 내가 아닌 남인 정부가 사용한다. 이것이 사회주의, 공산주의다. 어렵게 자본의 소유가 어떤 형태이고 의사결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따질 필요없이 내 돈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느냐, 남의 돈을 남의 결정에 따라 소진되느냐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공산주의를 구별해도 섣부른 결론은 아닐 것이다.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정부 구성원들이 자기 재산을 처분해서 기본소득, 재난지원금에 충당하지 않는다. 정책입안자와 집행자가 자신들의 재산을 기본소득과 재난지원금에 충당하기로 하는 정책을 수립할 가능성도 없지만, 만약 너무나도 훈훈하게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돈 아까워서라도 면밀한 조사와 실질적 소득지원과 재난지원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의 소득 즉, 세금으로 기본소득,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니 정부 구성원들의 개인적 아쉬움은 전혀 없을 뿐 아니라 그 실효성 또한 감소하고 만다. "지급한다"로 가중치를 두고 있고 그것을 홍보하기 때문에 실효성이라는 측면이 매우 허약하다. 남의 돈을 가지고 남이 쓰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은 사회주의, 공산주의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소득에 따라 세금을 달리 납부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소득은 사회, 국가의 테두리에서 타인과의 관계에 의해서 발생하고 단지 많고 적음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우리는 그 차이를 인정하는데 합의하였다. 자유주의와 자본주의 선택에 합의한 것이다. 하지만, 원서적 자본주의, 자유주의에도 문제점이 지난 세기동안 발견되었고 이에 대한 수정을 위해 세계가 노력하고 있다. 빈부격차, 양극화, 자본의 독점과 횡포 등 매끄러운 기계도 부산물을 발생시킨다. "복지"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보다 근본적이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남의 돈을 남이 마꾸 써 대는 식의 자본주의, 자유주의 수정은 본질적 합의사항에 위배된다. 특히 그것이 권력 획득을 위한 수단일 때 문제는 더 심각하다. 누구나 경험을 통해 알고 있는 사실은 한 번 커진 씀씀이는 좀처럼 줄이기 어렵다. 특히, 내 돈이 아닌 남의 돈을 사용할 때는 고민과 갈등이 심각할 수가 없다. 현재 우리는 사회주의 속에서 살고 있는지, 자본주의 하에서 살고 있는지 분간하기 어려울 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