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빈드 K. 제인(Arvind K. Jain)이 1998년 출간한 '부패의 경제학'에 나오는 용어가 "움켜쥐는 손"체제이다. 정부의 역할이 '보이지 않는 손', '도와주는 손'이 아니라 "움켜쥐는 손"은 제재나 통제에 있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움켜쥐는 손" 체제의 정부가 왜 위험하냐 하면 정부 또는 관료가 민간부문에 대해 복잡한 규제, 정책을 통해 통제권을 가지고 행사하면서 그들의 사적 이익을 위해 오용 또는 남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부패라 한다.
부패는 사적 이익을 위해 공적 권력을 오용하는 것!
- 요한 G.람스도르프
규제, 통제는 그것을 행사하는 사람에게 유리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 객체인 반대세력, 민간부문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개혁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편파적인 규칙이나 조절하기 어려운 개인들의 의사결정에 맞지 않는 규제, 통제를 제거하는 것이어야 한다.
부패가 발생하는 원인이야 수도 없이 나열할 수 있지만, 정부, 관료, 민간인들의 도덕적 축소 내지 함몰로 설명하는 것은 너무 재미가 없다. 평범한 개인들로부터 최고지도자에 이르기까지 부패의 늪에 쉽게 빠지는 이유는 부패행위로 인해 얻는 이익이 얼마간 확실하기 때문이다. 부패로 얻을 이익에 대한 기대가 현실화되는 과정에서 그 이익이 확실성에 다가갈수록 도덕감은 잠시 자취를 감춘다. 타인에게 규제와 통제를 해 놓고 사적 이익을 위해 공적 권한을 마구 사용하는 동안 취할 이익 대비 도덕의 은폐는 레테의 강에 던져버릴 수 있는 용기가 백배한다.
우리나라는 유교문화권이기도 하였지만, 가족에 대한 사랑, 친척에 대한 사랑이 매우 중요한 가치로 인식되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가족, 친척, 친구, 아는 사람에 대한 존중과 배려의 문화적 풍토가 만연하기 때문에 정부나 관료는 부패하기 쉬운 것이다. 사적 이해관계가 공적 이해관계와 충돌하는 순간 가족, 친척, 아는 사람에 대한 존중과 배려로 즉, 사적 이해관계의 충족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부패는 결국 없앨 수 없을까.
부패의 수준이 높은 나라일수록 힘을 가진 쪽에 유리한 규제와 통제가 많고, 가족 등의 사적 이익을 중시한다. 부패에 대한 국내소식은 날마다 접할 수 있는데, 자식을 위한 불공한 부패행위, 가족(본인 포함) 재산증식을 위한 불공정한 부패행위, 국가의 근간을 흔들리게 할 수 있는 부패행위 등 부패는 다양한 장소와 시점, 방식과 효과로 나타난다.
부패의 열매가 달콤하기 때문에, 그리고 부패행위를 할 수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주는 매력 때문에 부패를 근절하기란 불가능해 보인다. 부패를 감소시킬 수는 있어도 영원히 소거할 수는 없다. 작은 탐욕에서 큰 탐욕에 이르기까지 인간에게 내재해 있는 원죄와 같은 욕심, 욕망은 부패를 근절할 수 없는 영원무구한 무엇으로 만든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부패의 정도가 심한 국가출신의 외교관이 주차위반 횟수가 더 많다고 한다. 면책특권이라는 것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부패에 대한 인식이 저급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부패척결하겠다고 외치는 쪽의 부패가 오히려 더 은둔적이고 대용량일 경우가 있다.
결론적으로 누가 함부러 나서서 '공정' 운운할 자격이 있으며, 누가 스스로를 깨끗하다고 할 수 있을까. 부패의 많고 적음의 문제일 뿐, 어느 누구도 부패의 부림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