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변론
운전을 하는 사람은 운전이라고 하는 '업무'에 수행하는 사람이다. 택시, 버스, 대리기사들처럼 운전업무로 돈을 버는 것은 아니지만 교통사고로 형사적 처벌을 받게 될 때, '피고인은 운전업무를 하는 자이다'라는 표현을 공소장, 판결문에 기재한다. 이는 운전이 소득과 관계없다고 하더라도 운전이라는 업무를 수행하던 중 사고발생시 주의의무위반이라는 개념을 도출하기 위함이다.
운전업무에는 여러 가지 주의의무가 있다. 전방주시의무, 차간거리유지의무, 보행자보호의무, 신호준수의무, 법정속도준수, 차선준수 등 생각보다 많은 주의의무들이 있다. 이와 같이 일단 주의의무라는 개념이 정의되어야 과실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되고 과태료, 형사처벌 등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운전을 하다 보면 무단횡단을 하거나 보행신호등이 적색인데도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이 있다. 또한 전동킥보드, 자전거 타고 도로에서 위험천만하게 달리는 사람들이 있다. 법적으로 자전거는 도로를 주행해도 된다. 여하튼 운전 중 돌발상황을 겪으면 "죽으려면 지나 죽지 남의 인생까지 망치려드네"라면 개자녀, 열여덟 등의 욕을 해 보았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운전 중에는 규칙을 위반한 보행자 등이 눈에 정말 잘 들어온다.
반대로 보행자가 되었을 때, 보행신호가 청색으로 변했는데 과속하다가 급제동을 하는 자동차, 전방주시를 소홀히 하다가 급제동하는 자동차, 아예 보행신호가 청색이 들어왔음에도 '쌩' 지나가는 자동차 등을 보면, "운전 X랄 같이 하네", "죽으려면 지나 죽지 누굴 죽이려고 저러나" 등의 개자녀, 열여덟 등의 욕을 해 본 경험이 한두번쯤 있다.
운전자 VS 보행자. 이념이 대립하는 관계도 아니고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것도 아니지만, 신호색깔에 반대작용을 한다는 점에서는 명확하게 구별되는 위치에 있다. 우리가 인생을, 타인을, 현상을 이해하는 관점이나 생각의 결론도 이와 같다. 각자가 어떤 지위나 역할에 속해 있는지에 따라 매우 편파적인 사고와 판단을 하게 된다. 역지사지는 점유하고 있는 위치를 가정적으로 바꿔서 생각해보라는 의미이다.
운전자가 되어서 바라보는 도로나 보행자가 되어서 걸어가는 도로는 오직 하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각자의 위치, 지위, 관점이 변경되면 하나의 상황이나 현상을 극단적으로 반대견지에서 바라보게 된다. 우리가 타인을, 삶을 균형되게 바라보고 이해하려면 언젠가는 운전자, 언젠가는 보행자가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