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변론
나이가 들어 나잇살, 술을 자주 마셔서 술살, 똥이 가득찬 것은 아니겠지만 똥배(똥뱃살) 등 복부 주위의 팽창을 관찰하는 것은 유쾌한 경험은 아니다. 뱃살을 제거해서 평면에 가까운 복부를 유지하는데에는 '유지비'(운동시설을 이용하는 비용, 식단, 약물 등에 대한 비용, 무형의 노력 등)가 상당히 지출된다. 그래서, 뱃살을 완전히 제거하기도 어렵지만, 운 좋게 제거했다고 하더라도 유지비가 떨어지면 뱃살은 다시 복부에 안착하게 된다.
뱃살은 나의 소유가 아니라 임대차로 생각하고 싶다. 뱃살에 대한 소유권이 인정되면 복부가 평평해질 가능성은 소멸한다. 언젠가 복부 주변에 거주하고 있지만, 언젠가 퇴거할 임차인으로 간주해야 한다. 그런데, 임차인인 뱃살이 임대해 준 부위에만 만족하며 거주하지 않고 시나브로 바닥면적을 넓혀갈 뿐만 아니라 옆구리, 뒷구리까지 확정일자를 받고 전입신고를 한다. 뱃살 임차권의 대항력은 내적 외적 영향력이 강해 나도 느끼지만, 타인도 인식하게 된다.
복부를 무단점유하고 있으니 퇴거하라고 하면 뱃살은 적법성을 주장하는데, 그 근본적 취지는 복부 주인의 동의와 승낙, 묵시적 나태와 과식, 운동부족에 기인하는 것이기 때문에 복부에 부착되어 있는 것이 적법한 거주권이라고 하는 것이다.
백번 양보하여 뱃살의 주장을 인정하더라도 뱃살을 퇴거시키려는 노력은 지극히 한시적일뿐, 지속성을 유지하기가 힘들다. 때문에 뱃살은 임차 바닥면적이 잠시 줄었다가 확장을 거듭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임차권을 소멸시키는데 실패하게 된다.
특히, 뱃살의 명시적 갱신청구권을 정당한 사유에 의해 거절했다 하더라도 뱃살의 갱신청구는 묵시적 갱신(해묵은 나쁜 습관들)에 의해 임차권이 존속하게 된다. 원하지 않는 임차인인 뱃살을 퇴거시키려면 뱃살을 가혹하게 취급할 필요가 있다.
크고 작은, 그러면서 지속가능한 자극을 주어 뱃살이 바닥면적을 넓히기를 단념하게 만들어야 하고, 궁극적으로 뱃살이 원군을 요청할 수 있는 지방을 제거하면서 복부 근육을 단련시켜 지원군을 보냄과 동시에 그들을 상비군으로 배치해야 한다.
"그러나", 뱃살 저격을 위한 대규모 화력을 동원하는데 유지비가 엄청날 뿐만 아니라 상비군을 유지하는데 있어서도 유지비가 만만하지 않다. 임차인 뱃살에 대해 임대인 복부 주인의 의지는 나약할 뿐 아니라, 근본적으로 나태에 관성이 붙었기 때문에 일회성 자각과 실천은 지극히 간헐적인 반면 연속적 각고의 노력은 지나치게 타협적이다.
뱃살을 괴롭혀야 한다. 임차인인 주제에 주인 행세가 지나치게 오래 되었다. 내 꼴을 망가뜨리는 이 못된 임차인을 괴롭혀야 한다. 내가 내 몸의 주인임을 확실하게 각인시켜 주어야 한다. 오늘부로 내용증명, SNS 등을 통해 임차권소멸통고를 한다. 그리고, 언제까지라고 종기를 정하지 않고 숨가쁘께 몰아쳐 내 쫓을 것이다. 유지비가 얼마든 치를 용의가 있다. 그렇다. 뱃살의 소유권을 인정할 수 없음을 확실하게 보여 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