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better life

[다이어트] 현금과 감시

일상의 변론

by 윤소평변호사

신용카드, 휴대전화에 내장되어 있는 신용카드, 디지털화폐 등의 사용이 전반화되어 있고, 현금사용은 차츰 줄어들고 있다. 현금은 부피를 차지하고 거래상 계산결과 잔금을 다른 단위의 현금으로 반환받는 과정이 개입하기 때문에 번잡하고 불편한 행위로 인식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금사용은 아직 완전하게 시장에서 부정되는 행위는 아니다. 최소한 용돈, 세뱃돈은 현금으로 주고 받고 있고 신용카드나 디지털화폐로 교환하지는 않는다.


현금은 그 제조에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단위별로 화폐의 원자재가 필요하고 색료, 위조방지를 위한 여러 장치들이 삽입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분산하고 유통시키는 데에 인력이 필요하고 그러므로 비용이 추가로 필요하다. 세계적인 추세가 현금사용을 자제하고 신용카드, 디지털화폐로의 전환을 추동하고 있다. 핀테크, 블록체인 등 현금의 영역을 축소시키고 종국에 가서는 현금이 없는 시장, 사회, 국가, 세계를 만드는 것이 마치 선량하고 스마트한 미래의 다음 숙제인 것처럼 기관이나 정부가 홍보하고 있다.


뇌물을 수수하는 영역에서, 지하시장(무기거래, 암시장, 마약거래, 성매매 등) 등에서 현금은 여전히 유일한 교환수단이다. 현금사용이 금융기관, 정부, 기업 등의 감시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현금사용은 대부분 빅데이터에 산입되지 않는다. 현금이 어떤 재화나 서비스를 구입하는데 사용되었는지 감시가 되지 않으므로 그로인해 특정 현금사용자의 기호, 성향, 재력 등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수 없게 된다. 현금은 예상외로 익명성이 보장된다. 거래의 익명서도 보장되고 거래의 안정성도 확보된다. 어떠한 무엇과 가치와 지급이 보장된 현금이 동시에 교환되기 때문이다.


현금사용이 구시대적이고 가깝거나 다소 떨어진 미래에 지양되어야 하는 행위로 홍보되고 있는 까닭에 보통 사람들은 신용카드, 디지털화폐를 사용함으로써 자신의 행위, 행적, 기호, 성향, 재력 나아가 사생활의 일부 내지 대부분까지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각각의 정보를 기업, 금융기관, 정부에 고스란하게 입수당하고 있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현금 이외의 지급수단사용자는 자신에 대해 공개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자발적으로 하고 있고, 그에 동의를 이미 오래전부터 현재 시시각각 하고 있는 셈이다.


현금은 거래상 재화나 서비스의 평가된 가치만큼만 가치를 가진다. 그러나, 기업, 금융기관, 정부는 신용카드, 디지털화폐를 사용하면 마일리지, 할인, 소득공제 등의 추가적 혜택이 제공된다고 홍보함으로써 현금사용시보다 추가적인 이익을 소비자가 누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실 대부분 이에 동조하는 분위기이고 의식적이나 무의식적으로 현금사용을 자제하는 습관을 길들여왔다.


어렵게 표현하자면 우리의 거래행위가 시간별, 장소별로 데이터로 수집되는 것을 감시자본주의라고 부르기도 한다. 개개인의 정보가 수시로 적발되고 수집되고 있기 때문이다. '빅브라더'까지 갈 필요없이 현금 이외의 지급수단의 사용은 지나치게 사생활에 관한 정보를 깡그리 노출되고 수집되고 있는 형편이다. 현금사용은 이러한 문제를 좀더 덜 야기한다.


이러한 감시자본주의의 문제는 우리의 정보가 취합되어 하나의 결론으로 도출되면 기업, 금융기관, 정부가 그 결론에 따라 개개인들에게 선호된 신호와 기조, 정책을 실시함으로써 마음껏 개개인을 그들의 의지대로 사고하게 하고 행동하게 만들 수 있다. 개인들은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착오에 빠져서 살아갈 뿐 사실은 누군가가 켜놓은 네비게이션에 따라 살아가게 된다.


인간의 개입이 없는 완전한 자동화는 기여의 가치와 재미를 느낄 수 없게 만든다. 특히, 인간이 자각하지 못 하는 동안 자연스럽고 조화로운 강제조정에 따른 삶은 그것을 깨닫는 순간 매우 끔찍한 불쾌감과 두려움을 발생시킨다. 현금사용을 예로 들었으나 지금, 가깝거나 다소 떨어진 미래시점의 개인의 삶은 조정대상일 뿐 조정의 주체가 아니게 될 수도 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다이어트] 미련과 열정 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