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변론
판옵티콘(pan+opticon, 파놉티콘)은 1791. 영국 철학자 제르미 벤담(Jeremy Bentham)이 설계한 감옥으로 감옥 중앙에 원형공간으로 감시탑을 세우고 감시탑 외부의 원형 둘레에 죄수들의 방을 설치하여 중앙 감시탑은 조명을 항상 어둡게 하고, 죄수들의 방 조명은 밝게 하여 중앙 감시탑에서 감시하는지 여부, 어느 방 누구를 감시하는지 등에 대해 죄수들이 인지하지 못 하게 함으로써 죄수들 감시효과를 높이기 위한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죄수들은 자신들이 항상 감시받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고 감시와 통제를 자발적으로 내면화하면서 스스로를 감시하게 된다. 여기에서 파놉티콘은 감시자 없이 죄수들 스스로가 감시자가 되는 감옥, 그러한 상황이나 체제 등을 비유적으로 표현하는데 사용되게 되었다.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제3자의 감시에 노출되어 있다. SNS, 이메일, 신용카드, 플랫폼 검색 CCTV 등 우리의 기호, 성격, 재력, 가족관계, 생활동선과 패턴, 위치정보, 수면의 양과 습관, 걸음걸이와 걸음의 수, 과거의 이력과 현재의 이력의 비교를 통한 미래의 선택가능성 등 외면에서 내면까지 판옵티콘의 감시체계에 걸려 들고 있다.
사소한 사항으로부터 중요한 사항까지 전부 노출되어 감시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시기를 살아가고 있다. 누구도 감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고 누구나 일정 부분 타인을 감시할 수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타인의 감시를 내면화하는 것에 너무 쉽게 동의한 나머지 실재하지 않는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자 시간과 돈을 쓰기도 한다. 무얼 먹고, 무얼 감상했으며, 무얼 입었는지 등등에 대해 감시를 관대한 관심으로 내면화하는데 크게 거부감이 없다.
감시당하지 않는 조용한 사생활이 그립다. 언젠가 스마트폰의 AI의 이름과 비슷한 단어를 크게 발음했더니 스마트폰이 자동으로 응답을 했다. 스마트폰이 신체로부터 멀리 떨어질 수 없는 일부가 된 지금, 음성조차 감시의 대상이 되고 있다. 감시의 사각지대에서 하루를 방해없이 지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