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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 범죄자의 정신 #2

일상의 변론

by 윤소평변호사

범죄자를 처벌하는 것은 권력과 범죄자, 처벌과정을 지켜보는 시민들이 모두 참여자이다. 권력은 질서라고 포장되고, 범죄는 다수가 동의한 규범, 합의를 위반한 것으로 범죄자의 처벌을 통해 권력의 위하적 표현과 범죄자의 일신전속적인 고통, 관중의 공포를 통한 권력의 유지가 하나의 무대에서 펼쳐지는 것이다.


범죄자의 정신, 즉, 범죄의 계획, 동기와 목적, 수단과 방법의 선택, 결과의 획득을 통한 만족, 그로인한 침해된 권리에 대한 인식에 대한 면밀한 탐구가 범죄자의 처벌에 대한 비례성과 균형성, 관중의 동의와 예방정신, 권력의 상징성 등 복합적인 하모니에 필요한 요소가 되었다.


범죄자가 스스로 고백하지 않으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범죄를 재현해야 하고, 범죄자가 스스로 고백한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처벌하지 못 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범죄자의 자백은 유일한 증거인 때 그것에 대한 보강증거가 존재하지 않는한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게 되었다. 범죄자의 자백을 강요하기 위해 폭력을 행사해 온 역사적 오류에 대한 회의에서 비롯된 것이다. 범죄자의 정신은 자신의 죄를 고백하라고 지시하고 있음에도 다른 보강증거가 없다면 그 범죄자를 처벌할 수 없다.


특히, 범죄자의 정신 중 대부분이 불합리한 체제와 부정한 권력에 대한 저항으로 채워져 있어서 소극적 저항이나 사소한 일탈행위일 경우 행위의 결과에 대해서만 비난하기는 어렵고, 범죄자의 정신에 대한 고찰이 수반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범죄자의 정신적 내용이 관중에게 설득력을 가지고, 권력에 대해서는 비호적이라면 범죄자의 처벌은 매우 부당한 것이 되고, 관중들의 집단적 동의와 행동을 야기할 수도 있다. 민중의 봉기, 체제에 대한 저항운동이라는 것은 범죄자의 정신이 부당한 권력체제를 부정하고 관중에게 호소력을 가질 때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해당 범죄자의 정신은 영웅적 정신이 되고, 법적으로 위배되나 도덕적으로 위반이 아닌 것이 된다.


극단적인 예를 들면 식민국가에서의 독립운동가의 정신은 지배국가의 입장에서는 테러리즘에 불과한 것이지만, 피지배국가의 관중들에게는 영웅적인 것이며 매우 고차원적인 도덕감정이 될 수 있다. 독립운동가의 정신은 일부에게는 범죄자의 정신이지만 일부에게는 범죄자의 정신이 아닌 것이다.


범죄자의 처벌은 범죄를 규정짓는 권력, 범죄자, 그리고 관중의 무대에서 벌어진다. 삼자가 납득할 수 있는 경우에는 범죄자의 정신적 내용이 처벌의 수위와 관중의 동의를 결정짓는 잣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어느 한 축이 비정상적일 때 범죄자를 처벌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게 되거나 범죄자의 처벌이 관중의 흥분을 야기할 수도 있다.


범죄자에게 추방, 격리, 폭력으로 응수하던 때에는 사법절차가 비교적 간소하였다. 그러나, 범죄자의 정신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인정한 이후에는 사법절차가 매우 길어지고 복잡해지고 처벌이 간단한 문제가 아닌 것이 되었다. 범죄자의 정신을 고의와 과실로 구분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이제는 그 취지와 목적까지 고려해야 하니 범죄발생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위법하다는 판단을 내리기까지 상당한 시간과 절차가 수반되어야 한다.


이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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