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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 사장과 직원, 고용주와 피고용인, 상여

일상의 변론

by 윤소평변호사

고용계약, 근로계약을 직원들과 체결하였으니 고용주로서 자금이 없더라도 정해진 급여일에 맞추어 급여를 지급해야 한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각 직원별로 4대 보험료, 퇴직연금 등도 지출되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자금이 없더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 고용주는 보수를 못 받더라도 피고용인들에게는 대출을 해서라도 급여 등을 지급해야 한다.


고용주는 매월 국세, 지방세도 납부해야 한다. 분기별로 부가가치세도 납부해야 한다. 매출에서 지급기일이 확정적인 항목들에 대한 지출을 위해 자금을 축적해 놓아야 하는데, 여의치 않으면 자금을 융통해야 하기 때문에 적자가 발생하고 누적된다. 게다가 법인세도 납부해야 한다. 개인사업자는 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


고용주는 급여를 적게 주고 상당한 업무를 수행시키고 싶어한다. 피고용인은 적게 일하고 많은 급여를 받기를 희망한다. 같은 공간에서 일하지만 내심의 내용인즉, 모순적이다. 고용주가 마음씨가 좋아서 정해진 급여 이상으로 상여를 지급할 수 있다. 피고용인이 마음씨가 좋아 주어진 업무를 초과해서 일할 수도 있다. 쌍방이 자발적으로 이와 같이 지속한다면 훈훈한 일터일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데 고용주가 마음씨가 좋아 정해진 급여 이상의 돈을 지급하더라도 피고용인이 '감사'하게 여기기는 커녕 '당연'히 초과 수당(보너스, 상여)을 받은 것이라 여긴다. 직원이 사장에게 '고맙습니다' 진심없는 인사도 건네지 않는다. 직원이 마음씨가 좋아 아이디어를 발휘하고 초과업무를 하였음에도 이에 대한 적절한 '인사'나 '보상'에 대해 전혀 생각이 없다. 이와 같이 지속되면 상호간 호혜적 노력은 시동조차 걸리지 않을 것이다.


남남끼리 살아가고 있는 사회에서 보다 훈훈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좀더 배려하고 이해하고 공감하는 일터나 가정은 유토피아적인가. 너무나도 애정에 대한 표현이 부족하고, 그렇게 하는 것이 어색하며 인색한 시절을 살아가고 있다.


'한 지붕 여러 가족'이라고 하더라도 훈훈한 온기가 충만하다면 물질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살만할텐데, 어찌 이토록 감정표현과 애정표현에 있어서 궁색하고 인색하게 변했을까. individual은 깔끔하기는 하지만, 지나치게 비인간적이다. co~, com 과 같은 together의 개념이 우리 삶을 보다 윤택하게 만들 줄로 안다.


"아그들아! 사장님이 보너스를 줄 때면 고맙다고 비진의의사표시라도 해주면 안되겠니!". 계약사항대로 급여를 지급하면 내 할 도리는 다 한 것이고, 법적 책임도 부담하지 않음에도 좀더 나누었을 때, 생색 좀 낼 수 있게 해 주면 안되겠니!.


우리가 훈기있게 살 길은 조금 더 손해보고, 상대방이 조금 더 이익을 볼 수 있는 계약, 처신을 하는 것이다. 생각보다 무척 어려운 일이다. 자칫 그러한 상태가 고착화되면 직원들은 기대를, 사장도 그에 상응하는 생산성의 기대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이 사람끼리 사는 것이니, 지극히 수학적인 것인 것보다는 다소 국어적인 것이 낫지 않을까. 나는 가급적 욕심을 줄이는 식으로 인격을 도모하고 나의 직원들도 다소 적극성을 나타내는 방향으로 흘러간다면 이 작은 세상이 그나마 위안이 되는 세상이 될 수도 있을텐데, 보너스 주고 뭐라 하면 생색이라고 할까봐 딱히 말하기도 꺼려진다.


참으로 사람들끼리 부대끼며 지내는 것, 특히, 계약관계에 기초해 인연을 맺어 살아가는 것은 무던히도 노력하지 않는 한 좋은 관계가 형성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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