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변론
금요일 오후가 되면 시간이 더디고 느리게 흐른다. 느린 속도로 시간이 흐른다는 느낌이나 착각이 든다고 하는 것이 사실에 부합하는 것일까. 그럴것이다. 시간은 지구의 자전 속도에 의해, 인간이 24로 제한해 놓은 규칙 속에서 언제나 동일한 속도로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금요일 오후가 되면 체감상, 감정상 시간이 더디 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일단, 노동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 실컷 나태해질 수 있는 자유, 별단의 계획(여행, 즐거운 만남 등)의 실행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기대에 견주어 노동하는 현실이 지극히 대조적이기 때문에 시간이 더디 흐른다는 관념, 감정을 떨칠 수가 없다.
만약, 주4일제의 시스템 하에 살고 있다고 가정한다면, 목요일 오후의 시간이 더디 흐를 것이다. 비록 과거나 미래로 마음껏 이동할 수 있는 타임머신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시간이 더디게 흐른다는 것은 과거의 생성을 조금 더 늦출 수 있고, 현재가 확장되며 미래의 도래가 지연되는 것이다. 타임머신이 체내에 탑재되어 있는 것과 같고, 그것이 의도와 다르게 작동하는 것이다.
말장난이지만, Friday에서 Freeday로 인식한다면, 발화의 결과(발음의 효과)가 다소 다를 수 있지만, 자유의 날이 임박한 것이 금요일인 것이다. 프라이데이를 프리데이로 읽을 수도 있으므로, 철자 몇개를 바꿔치기 하더라도 크게 위반은 아닐 것이다.
여하튼, 금요일 오후는 유난히 나른하고 시간은 너무나 촘촘하게 층계를 구성하는 계단처럼 흐른다. 부정적 표현을 빌리자면, '시간이 안 간다'라고 할수도 있다. 우리에게 휴식, 쉼은 에너지의 충전, 반복적이며 동일 유사한 사건인 삶 속에서 조금 더 잘 견디고 버틸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시기, 기간, 또 다른 기회인 것이다.
사실 금요일 오후부터 월요일 노동을 시작하기 마지막 순간인 수면의 침잠의 순간까지 뚜렷하게 의미있고, 건강하게 생활하지도 않는 것이 대부분이다. 마음먹고 여행이나 취미생활, 독서 등 7일 중 다수의 날들과 다른 행위를 하고, 사고의 전환을 한다고 하더라도 내 삶의 전반적인 모습이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요일 오후는 시간이 참으로 느리게 흐른다. 괜시리 화장실도 좀더 자주 다녀온다. 그래도 시간은 생각보다 적게 흘러가 있다. 바램과 현실간의 간극, 차이 때문에 사간의 속도가 상대성이론을 선택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금요일 6시여! 길가메시의 기다림처럼 어서 오소서! 나는 지금 구속되어 있으니 어서 나를 자유케 하소서! 이러한 갈등을 겪는 나는 시간 속에서 여전히 숨쉬고 있는 존재인 것을 실감한다. 하지만, "시간아! 흘러라"라고 명령하지 않을 수 없다. 아니 부탁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