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변론
나는 변호사이기도 하지만 사실 자영업자에 속한다. 법인이라는 형태로 다른 변호사들과 비용을 분담해 가며 로펌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고, 소속변호사, 직원들의 급여, 식대, 출장비, 출정비, 퇴직금 등을 지불해야 한다. 그러한 이유로 여느 자영업자와 동일하다. 한달 살이 삶이다. 열심히 매일 모아서 대금결제일에 한꺼번에 지출을 해야 하는 그런 인생이다. 말이 변호사이지 자영업자와 동일하다. 다만, 재판을 치뤄야 하고 타인의 삶에 개입하여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그에 걸맞는 주장과 법리를 통해 재판을 의뢰인에게 유리하게 결론맺도록 한다는 점에서 밤새 육수를 우려내거나 물건을 제조하는 일과는 다를 뿐이다.
그러나, 퇴근후, 주말, 휴일 등에 있어서 까다롭거나 불리한 지위에 있는 사건을 처리 중에 있을 때, 그 사건이 머리 속을 마구 헤집어 놓는다는 점에서 밤새 육수를 우려내는 것과 같을지도 모르겠다. 업무종사기간이 16년이 지나도록 삶은 반복된다. 큰 흐름에서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 다만, 직원이 늘고, 소속변호사가 늘고, 나는 나이가 들고 아이들이 커간다는 디테일에 있어서 차이가 있을까.
우리 법무법인은 서초동에 본사가 있고, 수원광교에 나만의 분사무소가 있다. 양쪽으로 비용이 지출되지만 수원고등법원의 개원으로 사건이 분화됨으로써 경기권 사건이 떨어져 나가는 것을 수수방관할 수는 없었기에 비용이 증가하더라도 규모의 경제를 위안삼아 로펌의 구성원으로써 업무를 보고 있다.
당연히 사무실은 임차해서 사용하므로 월세를 지급해야 한다. 건물주에게. 그런데, 분사무소의 경우 수원에 연고가 있는 변호사들은 상가를 분양받아 사무실로 쓰고 있다. 상가를 소유한, 즉, 사무실의 임대인이 될 수도 있었던 변호사들의 사무실은 대체로 일찍 불이 꺼진다. 나는 분사무소에서 건물주와의 관계에서 임차인이기 때문에 월세를 벌어야 하는 입장으로 퇴근시간이 늦을 수 밖에 없다.
소유자와 임차인의 지위는 엄연히 다르고, 물가상승률 등에 따라 보증금, 월세도 증감한다. 소속변호사의 급여, 직원들의 급여는 연차가 오래 될수록 상향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날로 증가하게 된다. 때문에 임차인의 사무실은 늦게까지 불을 끌 수가 없다. 사건을 한 건이라도 더 수임해서 처리해야 비용을 부담하고, 개인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상가를 사세요!'. 라고 말할 지 모르겠으나, 수원에 아무런 연고가 없는 관계로 선뜻 상가를 살 수 없는 노릇이고, 오를 대로 올라있는 상가의 가액을 상투잡고 살 수도 없거니와 그러한 목돈도 없다. 분사무소의 같은 층 다른 로펌의 경우, 변호사의 아버지가 상가 1호실을 10억에 매수하여 아들에게 소유권이전등기해 주었다고 한다. 나는 일찍이 아버지가 돌아가신 관계로 그와 같은 혜택은 실현불가하다.
아무튼 무엇인가를 소유하는 것이 일정하고도 얼마간의 자유를 준다는 사실에 한 표 던질 수밖에 없다. 고달픈 임차인의 삶, 다만, 집은 소유하고 있어서 다행이다. 그러나, 재산세를 내야 하니 이것 또한 그리 달갑다고 할 수도 없다. 임대인도 나름의 고충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임차인은 더한 고충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