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변론
망치를 든 사람에게는 못 그리고 못을 박을 곳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사람은 자신의 처한 환경과 조건에 의해 사고방식과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과 기준, 잣대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다. 우리는 다양하고 다채로운 렌즈로 세상을, 사람을, 사물을 바라보고자 하더라도 귀속된 환경과 조건에 의해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세계관, 가치관은 저마다 일정 부분에 있어서는 유사할 수 있고, 일정 부분에 있어서는 차이를 확인할 수 있는데 개인이 겪은 경험과 거쳐온 환경이 다르고, 접촉하는 사람, 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완전히 동일한 세계관, 가치관을 가진 사람을 만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무엇인가에 꽂혀서, 특정한 조건과 환경에 의해서 세상을 관통하는 진리나 법칙, 그리고 관점이 딱 하나 존재할 뿐이라고 생각하고 신뢰하는 세계관을 일원적 세계관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세상에는 다양한 진리, 법칙, 관점이 존재하고 우리는 그러한 관점을 선택할 수 있거나 배척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과 다른 가치관, 세계관을 가진 사람에 대해서도 수용과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고 믿는다면 이는 다원적 세계관을 구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정보가 넘쳐나고 정보에의 접근이 더 쉬워졌음에도 우리는 스스로에게는 물론 타인에게 진실이 어떠하든 믿고 싶고, 바라는 바에 의해서 정보, 사람, 타인의 언행 등에 대해 나름의 판단을 해 버린다. 결코 검증과정이나 사실확인은 하지 않는다. 그럴 시간이 없다고 생각하고, 자신이 가진 세계관, 가치관에 의해 오감으로 확인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진실에 부합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수용하거나 배척해 버린다.
일원적 세계관, 가치관에 사로잡히면 세상이 흑과 백으로 명료하게 보일 수 있겠으나 수용과 관용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 빠져 있는 사람이 자신의 세계관, 가치관에 배치되는 인사에게 친절을 베풀 경우, 내심과 불일치하며 가장행위일 가능성이 높다. 표리부동, 내외불일치하면서 자신의 세계관, 가치관만은 쉽게 포기할 수 없고 내심의 리스트에 사람을 분류하고 세상을 분류한다.
국내, 국외에서 전쟁, 분쟁, 정쟁 등이 더 격화되는 것은 일원적 사고에 의하기 때문이다. 다원적 사고를 가지고 타인에게, 적대적 관계인에게 다가간다면 격렬한 소모전은 상당 부분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다. "너도 맞고 나도 맞고, 그도 맞다". 우리의 가치판단이 다원적 기준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다원적 세계관, 가치관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