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변론
1
규칙, 룰, 법 등이 있는 경우 승리는 요건의 충족, 상태에 이름, 상황의 만족 등일 때를 가리킨다. 반대로 패배는 승리의 요소들의 결여를 의미한다. 규칙, 룰, 법 등의 범위 내에서 승리와 패배는 다소 명확하게 인식되고 구분된다.
2
규칙, 룰, 법 등이 없는 경우 승리와 패배는 개념적 요소가 없어지므로 자연적 요소에 의해 구분할 수밖에 없는데, 폭력, 기망, 독, 거짓말 등으로 일방이 다른 상대방을 소멸시키면 승리이고 소멸대상이 되면 패배로 구분지을 수 있다. 규칙, 룰, 법 등의 제한적 범위가 없기 때문에 모든 수단과 방법이 상대방의 소멸, 추방, 제거를 위해 사용될 수 있다.
전쟁은 2단락의 경우에 해당할 수 있다. 상대방의 제거, 소멸, 추방을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이 허용된다. 그러나 전쟁은 제한없는 수단과 방법의 영향력의 결과로 어느쪽이나 손해없는 승리를 거둘 수 없다. 손해를 감수한 승리의 이익이 클 때 그 승리가 의미를 가질 뿐이다.
3
승리를 추구하고 칭찬하며 패배를 인정하고 위로하는 상황은 규칙, 룰, 법 등 제한요소가 있는 경우에 한정된다. 전쟁에서 승리한 쪽은 즐거울 수 있겠으나 칭찬받을 일이 아니며 패배한 쪽은 울분과 복수를 키울 뿐이고 승자가 패자를 위로하는 경우는 없다.
4
승리와 패배를 희석하는, 어쩌면 그 경계를 다소 모호하게 하는 개념이 존재할 수 있다. 사랑과 용서. 참 이상적인 개념에 대한 해당하는 이 영역은 승리나 패배를 구분짓지 않거나 그 경계를 불분명하게 할 수도 있으나 현실 세계에서, 경쟁관계에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관계에서 사랑과 용서는 패배를 부르는 순진한 발상일 수 있다.
5
어느 한쪽이 소멸하거나 유혈이 낭자하게 쓰러져야 하는 결과를 방지하기 위한 또 하나의 해결책도 있다. 극단적 결과, 피해, 손해를 방지하기 위해 역사가 어떻게 유사한 문제를 해결해 왔는지에 대해 검증함으로써 교훈을 얻는 것이다.
관행, 관습이 구시대적이라고 효용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 관행, 관습은 문서에 적히지 않은 해결책으로 오랜 역사를 통해 문제해결의 하나의 통로였다. 관행, 관습이 악행, 악습이 되어 척결해야 하는 대상으로 결론난 경우는 관행, 관습을 잘못 해석하거나 잘못 실행한 인간들에게 있다.
관행, 관습은 명백하게 딱 맞아떨어지는 법적 결과나 전쟁의 승패결과와 달리 다소 두루뭉수리한 해결책을 찾는 방법이다. 인간이 합리적이라는 착각을 하고 있으나 인간의 결정은 대부분 어림지작(휴리스틱)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렇다면 문제해결의 실마리 또한 어림으로 접근해야 상생, 공존의 길을 찾을 수 있다. 일도양단의 이분법은 종국에는 공도공망의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