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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Mar 21. 2016

와해성 기술

변호사칼럼

맥킨지가 2014년에 향후 20년내에 등장할 와해성 기술에 대해 발표를 한 적이 있다. 와해성 기술은 그 기술이 기존의 기술을 와해하고 패러다임 자체를 바꿀 수 있는 기술을 가리킨다. 경제학자 조셉 슘페터가 말한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와도 일맥하는 의미를 가진 기술 정도로 보면 되겠다.


맥킨지가 선정한 와해성 기술에는 1. 사물인터넷, 2. 클라우드 기술, 3. 모바일인터넷, 4. 첨단로봇 기술, 5. 무인자동차 및 수송장치, 6. 3D프린팅, 7. 첨단재료, 8. 첨단 석유 탐사 및 채굴, 9. 재생에너지 기술, 10. 차세대 유전학, 11. 에너지 저장장치, 12. 지식노동의 자동화  등이 있다.


와해성 기술은 삶에 상당한 변화를 일으켜 왔다.


디지털 카메라의 등장으로 아날로그 카메라, 코닥필름, 후지필름 등의 산업은 사라졌고, MP3의 등장으로 LP, CD, DVD 등의 산업도 사라졌다.


그리고,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2G 폰 산업이 사라졌고, 디지털 카메라도 점점 위상이 줄어들고 있다.


자동차의 경우에도 하이브리드가 생산되면서 디젤자동차 산업이 위기를 겪고 있고 자율주행자동차가 상용화되면 기존 자동차 제조회사의 사업구조도 상당히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첨단섬유의 개발로 전통 섬유산업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디지털의 발달로 제지산업중 화장지 품목을 제외하고 수첩, 다이어리 등의 산업은 사장되어 가고 있다. 다만, 종이로 된 책은 묘한 특성을 지니고 있어서 당분간 명맥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근 알파고의 등장으로 이러한 와해성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영화 '아이언맨'에서는 주인공 토니 스타크가 '쟈비스'라고 하는 인공지능과 대화를 나누면서 슈트를 제작하고 상대방을 파악해 적절한 무기를 사용하라고 권고까지 해 준다.


페이스북을 만든 주커 버그는 '쟈비스'와 같은 인공지능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그래서, 인공지능을 통해 문화적 생활의 향유가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사업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구글의 딥마인드는 알파고를 통해 인공지능의 상용화를 대대적으로 마케팅하는데 성공했고, 와해성 기술은 그 뒤에 벌어질 와해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


와해성 기술은 몇가지 논의 대상을 제공한다. 와해성 기술에 대한 적응의 문제, 와해성 기술로 직업을 상실한 사람들이 다시 직업을 얻었을 때 그 질적 차이, 와해성 기술의 사회적 책임,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문제 등 다양한 쟁점이 발생할 수 있다.


와해성 기술의 등장이 인간의 기술적응 속도에 맞추어 등장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와해성 기술의 등장은 예기치 못 하게 조속한 시기에 등장해서 이에 적응하는데 상당한 피곤함을 느끼게 만들 수 있다. 또한, 와해성 기술은 기존 산업의 구조에 변화를 줌으로써 상당한 직업을 소멸시킨다. 인간은 의식주의 문제에 결부되어 있기 때문에 다시 직업을 구할 수 밖에 없지만, 기존 직업에 비해 소득의 정도나 퀄러티가 떨어진 일을 할 가능성이 높다.


엔지니어로 하여금 기술개발을 막게 할 수는 없다. 와해성 기술은 그 기술의 첨단성만을 증명받기 원하는 속성을 가질 뿐,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는 고려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고용문제, 부의 분배 등의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 결국, 와해성 기술이 남겨놓은 파문에 대해서 잔존 사회인들이 그 문제에 대해 진지한 논의를 거쳐 사회적 합의를 해야 한다.


막연히 와해성 기술의 파급력에 대한 추상적 걱정만을 늘어 놓을 것이 아니라 예상 와해의 결과에 대해 진지한 논의를 지금 당장 시작하더라도 남음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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