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Any essay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소평변호사 May 09. 2016

브런치, 블로그 중독

윤소평변호사

# SNS를 해야 영업에 도움이 된다더라


직업이 변호사라고 하더라도 사업자에 불과하기 때문에 영업의 중요성은 어느 사업과도 마찬가지이다. 고등학교 동창회, 대학동창회, 여러 사회봉사단체, 각종 강의와 수업 등 열심히 참석하고, 성실하게 술마시면서 '나'를 알리기 위해서 참으로 노력을 많이 했다.


하지만, 로스쿨의 도입으로 변호사가 1만명이 되는데, 100년이 걸렸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5년이면 1만명을 초과하는 변호사가 배출되면서 고고하게 의뢰인이 오기만을 기다렸다가는 폐업위기에 몰리게 되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모 변호사가 변호사의 생존전략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하길래, 의심반, 기대반으로 청강했다. SNS, 페이스북, 블로그, 브런치 등을 활용해서 나를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에 매출로 연결되지는 않겠지만, 언젠가는 나를 기억하고 사건을 의뢰한다는 것이다.


# 엄청난 인터넷광고들


맛집을 검색하거나 여행지 등을 검색하면서 단 한번도 인터넷에 떠다니는 정보들이 마케팅이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사실 나는 컴퓨터나 그 주변 기기를 다루는데 소질이 없었기 때문에 문서와 오락을 하는 정도가 내게 주어지는 컴퓨터의 의미였다.


파워블로거, 이런 용어들도 강용석이 도도맘이라는 파워블로거와 썸씽이 있었니 마니 하는 기사를 보면서 알게 되었고, 그런 것이 직업군에 속한다고도 생각치 못 했다.


하지만, 조금 조사를 해 보니 파워블로그에게 돈을 주어 가면 자신의 영업을 홍보하는 것이 이미 너무나 뿌리박은 마케팅 방법 중 하나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나도 광고비를 지불해 가며 인터넷 광고에 열을 올리게 되었다.


# 브런치의 시작과 진행


브런치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정확하게 알지 못 한 상태에서 강의를 듣고 그런 플랫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후 회원가입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웃음이 나왔다. 글을 쓰려면 작가신청을 하라는 것이다. 나는 작가가 아닌데. 브런치 시스템이 요구하는 요건대로 신청을 해야 한다. 사실 나는 이런 회원가입 절차를 몹시도 싫어한다.


그래서, 나의 여직원들이 내가 이런 것을 잘 못 하기 때문에 대신해서 나의 개인정보를 입력해서 기본 회원가입을 대리해 주었다. 나는 법률전문가이니까 글만 쓰면 되었다. 사진을 업로드하거나, 편집하는 기술 따위는 내게는 기대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런데, 두 번이나 이 브런치라는 것이 회답이 오기를 이번 기회에는 작가로 모실 수 없다는 것이다. 참으로 '확' 짜증과 오기가 밀려왔다. 그래서, 그간 내가 기고하거나 신문에 난 기사를 첨부해서 다시 신청했더니 이번에는 작가가 되었다.


하지만, 작성하고 게재한 글이 없어서 내 브런치는 가치가 없었다. 하지만, 승부에서 결과를 얻었다는 느낌만이 있었을 뿐이다.


# 라이킷, 공유가 사람을 애간장 녹인다.


법률적인 문제, 특히, 주변에서 겪을 수 있는 문제에 대해, 그리고, 상담을 많이 했던 사례를 중심으로 글을 싣기 시작했는데, 별로 독자들이 읽지도 않았고, 피드백도 없었다. 브런치의 Tip에서는 SNS와 연결해서 해당 글이 전파가능성을 높이도록 하라는 공지가 있었다.


무식하니까 다 따라했다. 시키는데로. 제대로 알 때까지는 교본대로 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그런데, 내게 브런치, 블로그 등에 중독될 만한 계기가 발생했다. 우연히 적은 판례가 조회수가 불과 몇 시간만에 만명을 넘더니 상담전화가 온 것이다. 참으로 신기했다. 물론, 사건수임으로 연결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열심히 상담해 주었다.


그러고 나서는 조회수가 몇 백명으로 뚝 떨어졌다. 왠지 아쉬움이 밀려오더니 조바심이 생겼다.


네이버 블로그의 공감, 브런치의 라이킷이 아무 의미없이 이루어지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당분간은 일희일비했다. 사건에 대한 고민, 재판을 다녀오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열심히 글을 적었다. 그리고, 자극적인 소재를 활용해 법률문서 이외의 글들도 많이 적었다.


사실 내가 글을 적을 때는 용어가 어렵다. 직업적 특성때문이라 용어가 다른 사람들에게는 어렵고 생소할 수 밖에는 없다. 최대한 노력했다. 생활용어 중심으로 글을 적기 위해서.


# 존재가 인식된다는 것이 SNS의 매력이고, 트렌드


이제는 기업이 컨텐츠를 제공하던 시대에서 소비자가 컨텐츠를 만들어 가는 트렌드로 변화되었다. 기업은 '판만 깔면 된다'. 이런 사업을 해야 한다.


여하튼, 내가, 우리가, 그리고 다수의 사람이 브런치와 같은 플랫에 글을 적고, 정성을 기울이는 것은 라이킷 수, 조회수, 공유수 등으로 타인이 '나'를 인식한다는 점에 대해서 심한 자존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소스를 올리고, 글을 적게 되는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심각한 중독에 빠진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일기를 적어 왔는데, 일기를 적는 시간보다 블로그, 브런치에 글을 적다 보니 일기가 중단되었다. 사실, 브런치나 블로그는 누군가 본다는 것 때문에 솔직한 나만의 얘기를 적기에는 불편하다. 가식이 개입된다.



내가 이 글을 적는 이유는, 무엇이든, 어떤 일이든, 어떠한 관계든 본질에 충실해야지 다른 부수적인 것들이 본질을 훼손하고 왜곡됨을 경계하기 위함이다. 나 역시 조회수에 초연해 지기로 했고, 저 너머로 상담전화가 온다면 수임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내 글을 읽고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 생판 모르는 내게 연락을 한 용기에 대해 감사하면서 본질에 충실할 수 있기를 다짐하기로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어버이날과 경제적 부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