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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May 31. 2016

노화(老化)

윤소평변호사

노화(老化),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에 대해서 생물학적, 사회적 개념을 말하고 싶지는 않다. 다시는 젊어질 수 없고 늙어갈 수 밖에 없는 것이 인생이기 때문에 늙는 것이 무엇인지에 관한 고민에 빠졌다.


나이가 들고 늙을수록 인생을 관조적으로 바라본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에 대해서 더 서운함을 느끼고, 외로움을 더 느낀다. 세상을 어느 정도 알았기 때문에 초연하고 '세상사, 이럴수도, 저럴수도'라고 쉬이 넘길 수 있는 여유를 가졌을 것이라는 것은 착각이고, 누구나 실감한다.


생각은 더욱 더 편협해지고, 누군가를 대하는데 있어서 더 조심성을 발휘하게 되고, 누군가가 무심코 던진 말과 행동에 그 당시에는 느끼지 못 했던 서운함, '그 뜻은 뭐지'라는 반추를 혼자서 하게 되는 시간과 상황은 밤잠을 설치게 한다. 특히, 고집이 지나쳐진다.


시간이 없어서 더 열심히 살게 될까?


기억이 가물해지고, 몸도 허약해지고, 젊은 날의 체력과 열정이 예전만 못 하다는 것은 나날이, 시시각각 절망과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그렇다면, 남은 시간, 주어진 제한적 시간을 늙었으므로 열심히 치열하게 더 살려고 할까.


그렇지 않다.


나이가 들수록 아침으로 시작해 저녁으로 끝나는 하루는 너무나 길다. 예전처럼 직장생활을 하지 않고, 거래처의 홍길동도 나를 귀찮게 하는 일은 없다. 하루가 너무나 길고, 누군가 오늘 하루 연락을 한다면 온전히 하루를 그 사람을 위해 다 소비할 수도 있다는 각오가 되어 있지만, 나이가 들면, 찾아주는 사람이 드물다.


그러나, 1년은 너무나 짧다. 그토록 사회적 존재로서의 의미를 상실해 가고, 그것을 절감함으로써 하루를 온전히 보내는 것이 괴로움에 가까울 정도였으나, 지나고 보면 언제 한 해가 다 지나갔나 싶을 정도로 하루는 길지만, 1년은 너무나 짧다.


나이가 드니 타인의 말에 참으로 열심히 귀기울이고 그 말을 인내하며 끝까지 들으며 깊이 이해할 수 있어 졌을까?


나이가 들면, 깊든 얕든 세상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어느 정도 쌓였기 때문에 타인과의 원활한 대화를 이어나갈 가능성은 높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타인과의 대화상황에서 그 사람이 무슨 말을 할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끝까지 듣지 않더라도 '다, 안다'라고 생각한다.


어느 순간부터는 앞에 있는 사람의 말을 듣지 않고 있고, 자기 생각에 의한 추측으로 머릿속이 가득차는데도 나이가 들어서 속 깊은 대화와 상대가 하는 말을 모조리 이해한다고 착각에 빠진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많은 착각과 사고의 마비를 일으킨다. 아집이 결집을 배척하는 것이다.


이쯤 먹었으니 이 정도의 대접은 받고 싶다?


내 나이 이쯤이면, 내 하고 싶은데로 해도 되고, 그 정도의 대접은 받아도 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이 무서운 점은, 세상과의 유연한 관계가 점점 힘들어지고, 자기 중심적인 것을 고집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누구나 젊어질 수 없다. 절대로.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진리는 우리는 태어나서 나이를 먹고, 늙고 병든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진정한 노화란 생물학적, 물리적인 노화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진정한 노화는 가지고 있는 두개의 귀를, 가지고 있는 한 개의 입의 효용보다 더 살리지 못 하게 되는 시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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