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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May 31. 2016

남들이 왜 내 말을 잘 듣지 않지?

윤소평변호사

판사가 내 말은 안 들어 주고, 상대방 말만 듣는 것 같아요!


의뢰인들 중에는 재판을 마치고 나면 가끔 이런 말을 변호사에게 하는 경우가 있다.


"변호사님! 판사가 너무 편파적인 것 같지 않아요?"

"뭐, ~"

"이러다가 우리 지는거 아니에요? 지면 저는 항소할거니까 그리 아세요?"

"속단하지는 마시고, 사람일이란게..."

"일단, 결과보고 얘기하죠. 연락드릴게요"

"예"


# 판사는 과연 내 의뢰인의 말을 듣지도 않고 믿지도 않은 것일까


판사는 원고와 피고의 주장에 대해서 판결을 내려야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듣고 싶은 말이 있다.


판사가 주관적, 감정적으로 듣고 싶은 말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소송에서는 요건사실이라는 것이 있고, 이 요건사실은 당사자가 주장해야 하고, 그에 관한 입증도 해야 한다.


가령, 빌려준 돈을 안 갚는다 하여 대여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면, 최소한 원고는 돈을 빌려준 사실(요건)에 대해서는 주장하고 입증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원고가 "저 피고는 나쁜 사람이고, 입만 떼면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니 판사님! 제말을 들어주세요"라고 한다면 판사는 귀를 닫을 것이고, 오히려 더 이상 원고가 말을 할 수 없도록 제지할 수 밖에 없다.


판사가 우리측 주장을 잘 들어주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면, 우리측 주장과 입증이 논리정연하지 않거나 풍부하지 못 하다는 것을 의미하고, 판사의 관심은 자연스레 상대방에게로 쏠리게 된다.


# 일방적인 자신의 얘기만 하지는 않았는지


원고가 피고에게 1,000만원을 빌려 주었는데, 돌려 받지 못 했다고 계속 주장함에 있어서 피고가 300만원은 갚았다고 하면서 증거를 제출하였다면, 원고는 계속해서 자기 주장만을 할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주장이 맞는지 확인을 해 보아야 한다. 원고 스스로 기억하지 못 한 부분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피고가 원고에게 300만원을 변제한 것이 증거에 의하여 밝혀진 경우, 원고가 판사에게 계속 1,000만원을 돌려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더라도 판사는 원고의 말 중 일정 부분에 대해서는 경청하지 않게 된다.




# 남들이 왜 내 말을 듣지 않으려 할까


남들이 내 말에 경청하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1. 다 아는 말만 하니 들을 가치가 없다.

2. 그냥 '나'란 사람이 싫어 그 말까지도 싫다.

3. 논리가 없다.

4. 그럴듯한데, 증거가 부족하다.

5.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주지 않으면서 자기 말만 한다.

6. 그 말이 상황에 맞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1 상대방으로 하여금 흥미를 유발시키지 못 하는 말


남들이 내 말을 잘 들어주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을 때, 자신이 하고 있는 말의 화두나 화제가 상대방으로 하여금 흥미를 끌지 못 하는 경우가 많다.


통상 사람은 자신이 잘 알고 있는 화두나 화제에 대해서 일방적으로 말하기를 좋아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상대방이 생소하게 생각하는 화두나 화제에 대해서 일방적으로 말을 하게 되면 상대방은 금새 흥미를 잃고 집중력을 상실하게 된다.


#2 화자에 대한 청자의 주관적 감정


말을 듣는 사람이 말을 하는 사람과 이해관계가 같은지, 다른지도 상대방이 내 말을 유심히 들어줄지 여부를 결정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청자가 화자와 이해관계가 같다면 화자의 말에 대해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관심과 집중을 발휘하겠지만, 이해관계가 다를 경우에는 화자의 말들이 청자에게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잘 들어주지 않을 것이다.


#3 말의 논리


논리는 말을 하는 체계이기도 하지만, 말을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말을 수용하고 이해하는 체계이다. 말에 논리가 있으면 듣는 사람이 수월하게 들을 수 있고, 화자가 의도한 의미대로 수용될 가능성이 높다.


논리가 없는 말을 상당 시간 듣고 난 이후에는 무슨 말을 들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이는 화자가 체계적이지 못 하기 때문에 그 말이 체계적이지 못 한 상태로 단순히 들리는 소리에 해당할 뿐, 의미의 전달에는 실패하게 되는 것이다.


#4 설득력


말에 논리와 체계가 있어 듣는 사람이 이를 제대로 수용했다고 하더라도 그 말을 신뢰하고 실천하는 문제는 다르다. 의미전달이 된 말이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설득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말이 객관적인 논거에 의해 힘을 받는 것이어야 한다.


그럴 듯 하게 들리는 말이 청자로 하여금 의구심만 불러일으킬 경우에는 화자가 의도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는 어렵다.


#5 소통


화자와 청자간에 피드백이 이루어져야 한다. 일방적인 지식과 정보의 전달은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화술이 아니다. 지식의 전달이 주된 목적인 강의나 강습의 경우에도 청자의 의견이 제시될 수 있는 분위기가 보장되고, 화자가 이를 인용할 줄 알아야 좋은 내용의 강의와 강습이 될 수 있다.


피드백이 없는 화술은 화자만 목마르게 할 뿐이다. 우리가 명강의라고 평가하는 강의는, 대부분 산파법처럼 자유롭고 원활한 피드백이 이루어지는 대화가 대부분이다.



#6 상황고찰


동일한 말을 하더라도 상대방의 감정을 잘 살펴야 한다. 상대방이 여유가 있을 경우에는 내 말에 대해서 청취의 여유를 가질 수 있지만, 상대방이 조급하고,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경우에는 내 말에 대해서 할애할 물리적 시간과 심적 여유란 부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해진 분량대로 계속 말을 하는 것은 상대방이 귀를 닫을 가능성이 높다.


말을 하기 전에, 말을 하면서 상대방의 상황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살펴 보아야 한다.





어떤 사람을 가리켜 '그 사람 참 말 잘 하네'라고 한다면, 그 사람은 일단 화술이 뛰어난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화술이라는 것이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이 아니라, 듣는 사람을 중심으로 이야기의 전개가 우선시 되는 것이 중요하다.


앞서 판사가 듣고자 하는 말이 있을 경우에는 그에 맞는 말을 해야 하는 것이고, 상대방이 처한 상황과 관심이 어떠한지에 따라 이를 살펴 말을 해야 한다.


청산유수처럼 말을 잘 한다고 해서 모든 청자가 그 말을 다 수용하고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타인이 내 말을 잘 들어주지 않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을 때에는 일단 청자가 물리적인 내 말을 신체적으로 듣지 않는 경우와 hearing은 하되 listening을 하지 않는 경우 양자를 다 포함한다.


사실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이 더 쉬운 일인데, 우리는 통상 역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통화만 하고 진정한 대화가 없게 되는 경우는 상대방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하지 못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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