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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May 17. 2016

약점을 강점으로

윤소평변호사

# 너무 이른 변호사개업


변호사가 50명이 넘는 로펌에서 고용변호사로 일을 배우고, 우연한 기회에 일찍 개업을 하게 되었다. 그때는 무슨 용기와 만용이 있었는지, 지금 생각하면 마케팅 능력도 없었고, 실무적인 경험과 지식도 부족한 상황이었는데, 개업이 더 잘 살기 위한 길이라고 생각하고, 선뜻 개업을 했다. 대출도 꽤나 받았다.


서울본사와 수원분사무소를 오가는 일상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데, 수원에 경기고등법원이 설치될 것이라는 시장상황의 변화 때문에 수원사무실도 열었다. 사건도 없는데, 일단, 시작은 '거'하게 했다.


개업할 때 나이가 33세. 요즘같으면 참으로 어린 시기였다. 집사람의 뱃속에는 큰 녀석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던 시기이다. 얼굴이 동안에 속하는 편이라서 나이가 들어보이기 위해 가르마의 비율도 비대칭에 가깝도록 바꾸고, 시계, 벨트 등 가급적 노티가 나게 바꿨다.


# 의심하는 의뢰인(소비자)


건설업을 하고 있는 여사장이 상담을 와서는 첫 마디가 이거였다.


"너무 어려서 사건이나 제대로 처리하겠어!"


둘째 마디는, "이 로펌에는 변호사가 몇명이오?"였다. 내가 몸담고 있는 로펌은 변호사가 11명이다.


사실 의뢰인들은 변호사 숫자가 많으면 본인 사건이 더 잘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기도 한다. 실제로는 업무를 처리하는 변호사는 1명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300명이 소속된 대형로펌에서도 결국, 자기 일을 처리하는 변호사는 1명이라는 것이다.


일단, 나의 외모에서 의뢰인은 불안과 의심을 가졌고, 계약체결은 물론, 지갑을 열 생각을 하지 않았다.


무언가 특단의 매력을 발산하지 않으면, 사건을 맡는다는 것은 물건너 가는 상황이었다.


# 약점을 강점으로


"제가 어리기 때문에 아직 법리, 판례에 빠삭합니다", "그리고, 사장님 사건과 같이 금액이 큰 사건은 아직 제가 맡아보지 못 했고, 제게는 가장 큰 사건이기 때문에 가장 열심히 할 수 밖에 없을 듯 합니다", "대형로펌에 가면 이 정도의 사건은 관심을 끌지 못 할 뿐만 아니라 수임료도 비쌉니다"


나는 젊고, 사건이 별로 없다는 점에 주눅들어 하지 않고, 당신의 사건이 나에게는 아주 큰 사건이라 온갖 심혈을 기울일 것을 약속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여사장은 잠시 생각한 후 머리를 쓸어올린 후 계약을 체결했다. 이 사건은 청구금액이 1억 7,000만원 정도의 사건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은 십수억이 넘는 사건들도 처리하고 있지만, 금액이 적고 크고 간에 사연없는 사건이 없고, 쉬운 사건은 더더욱 없다.


사슬은 가장 약한 부분만큼 강하고, 사고를 전환해 보면, 약점은 내가 가진 강점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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