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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May 17. 2016

살면 살수록 '예외'가 좋아진다

윤소평변호사

원칙적으로는 안된다. 예외적으로는 된다. 역으로 원칙적으로는 된다. 예외적으로는 안된다.


삶은 원칙적 금지, 예외적 허용의 구조나 원칙적 허용, 예외적 금지의 패턴으로 이루어져 있다. 원칙은  개인적 다짐, 사회적 합의, 신성한 교훈 등으로 창설된다. 원칙은 준수되어야 하고, 고수하는 것이 좋은 리더의 덕목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바라보되 만지지 마라. 만지되 맛보지 마라. 맛보되 삼키지 마라.


원칙과 예외는 결국, 자유를 허용하면서 일부 제한하거나 자유를 제한하면서 일부 허용하는 것으로 경계가 경우에 따라 모호하다. 공통적인 현상은 예외가 타인에게 허여되면 분노하고 자신에게 허락되면 기뻐한다. 스스로에게 예외를 허락해 주면 편하지 않을 수가 없다.


원칙을 말하면서 '다만'이라고 덧붙이면 책임이 회피되기도 하고, 원칙에 위배되는 일을 했을 때 예외에 매달려 합리화할 수도 있다. 예외는 때에 따라 편리한 도구인 것은 맞지만, 예외가 늘어갈수록 원칙의 존재가치는 감소한다.   


하지만, 원칙을 수정하려는 시도보다는 예외를 변경하거나 늘리는 시도를 더 자주, 더 많이 하게 된다. 개인의 문제에 있어서도 원칙을 바꾸기보다는 예외를 수정하는 식으로 관리가 이루어진다. 왠지 원칙을 바꾸는 것은 종래의 자신의 정체를 송두리째 재개발한다는 생각이 든다. 차라리 예외를 인정해 줌으로써 원칙적 자신은 여전히 쓸만하고, 예외적 자신은 예외적인 것이니까 안도하는데 소용을 삼는다.


사회나 국가도 원칙을 변경하기 보다는 예외를 인정하면서 과거 정책과 시책의 정당성을 잃지 않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원칙의 선언과 예외의 인정은 참으로 편리한 공구세트인 셈이다.


자신에 대해서나, 사회나 국가에 대해서 원칙을 지키려는 노력을 얼마나 야무지게 하고 있는지, 수고로움의 피로때문에 너무나 쉽게 예외를 허용해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문제다.


자신에게 허용되는 '예외'의 가지수가 많을수록 진정 자신다운 것은 어떠한 것인지 그 개념은 모호해지기 마련이고, 실제 예외를 많이 인정하지 않더라도 예외가 점점 좋아지는 것은 피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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