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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Jun 26. 2016

봉이 김선달, 허생

윤소평변호사

# 봉이 김선달


봉이 김선달은 대동강가 나룻터에서 사대부집에 물을 길어다 주는 물장수를 만나 물장수를 데리고 주막에 가서 술을 거하게 사주고 "내일부터 물을 지고 갈때마다 내게 한닢씩 던져주게" 라고 하면서 옆전 몇닢씩을 물장수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 이튿날 평양성 동문을 지나는 길목에서 물장수들이 던져주는 엽전을 받았다. 자기가 물장수들에게 전날 주었던 옆전이다.


여러 사람들이 이 광경을 지켜보았고, 옆전을 지불하지 못한 물장수가 선달로부터 야단 맞는 모습을 보고, 한양 사람들은 대동강물이 김선달 소유이고, 물장수들이 물값을 내지 못해 혼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물값을 지불하기 위해 엽전을 준비하게 된다.


한양 상인들은 김선달과의 FTA를 위해 술자리를 마련하고, 설득에 나선다. 봉이 김선달은 "조상대대로 내려온 것이므로 조상님께 면목이 없어 못팔겠다"고 너스레를 떨자 한양상인들은 집요하게 흥정에 나선다. 김선달은 4천냥에 대동강물을 팔아먹는다.




# 허생


허생은 변씨에게서 돈을 빌려 매점매석을 한다. 카르텔, 독과점이라고 불리는 것들을 그 당시에 시연한다. 허생은 대추·밤·감·배·석류 등의 과일을 두 배 값으로 치뤄 매점한 다음 온 국민이 제사에 쓸 과일이 부족해 지자 10배값으로 매석한다.


허생은 제주도에서 말총을 매점한다. 조선시대에는 상투를 틀고 망건을 써야 했기 때문에 망건값이 10배로 치솟는다. 이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허생은 매석한다.


허생은 변씨에게 빌린 돈을 갚으면서 돈을 번 방법에 대해 한마디로 매점매석이었다고 고백하고 매점매석은 백성들을 못살게 하는 방법이므로 절대 이 방법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일설에 의하면, 허생은 벌어드린 50만냥을 바다에 버렸다고 한다.



허생전을 쓴 박지원 초상


# 융합경제와 자기 자본없는 기업


봉이 김선달의 영업방식을 두고 사기니 기망이니 하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그러나, 봉이 김선달의 행위는 공유재, 자연재를 소비재로 개념변경시킨 것이다. 물은 왜 공짜인가라는 의문에서 시작해서 시장경제에 접목시킨 것이다. 융합경제, 창조경제란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돈을 지불하기 시작했다. 데이터 요금, 디지털화된 돈을 이체하는데 지불하는 수수료, 만져보지도 못 한 주식, 간접상품, 펀드 등에 대해서 돈을 지불해 왔고, 월급을 만져보지도 못 한 채 숫자만 오가면서 숨가쁘게 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허생은 자기 자본없이 남의 돈으로 기업을 하는 전형이다. 망하면 엔젠투자자, 돈을 빌려 준 사람만 손해를 보는 것일 뿐 기업하는 사람이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기업은 남의 돈으로 장사하고, 자기 돈으로는 영업을 하지 않기 시작했다. 주식은 남의 자본으로 하는 영업의 표상이고, 회사채, 전환사채, 우리사주 등 주식과 다른 용어의 같은 성질의 것들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주, 돈을 빌려준 사람이나 투자자들은 작은 배당이익이라고 불리우는 작은 비스켓에 기분 좋아하기도 하고, 돈을 잃고 죽고 싶은 생각까지도 하게 되었다.


# 현대판


브렉시트가 되었으니 금을 사야 된다, 엔화를 사야 된다, 달러를 사야 된다, 이럴 때 주식을 사야 된다, 인버스에 몰빵해야 한다, 10년 주기로 세계적 경제위기가 오기 때문에 지금이 투자의 호기라는 등 여러 가지 설들이 난무한다. 그러나, 실제로 금을 사거나, 달러를 사거나 주식투자에 큰 금액을 지출한 사람은 주변에서 드물다.


김선달의 기망행위나 허생과 같은 다수의 손해를 자신의 이익으로 삼는 자들이 더듬이를 드러내는 시기이다. 대중은 정체성이 없다. 주관이 없다. 매체가 풀어대는 기사거리에 좌충우돌할 수 밖에 없다. 그만큼 정보화된 시대에 알짜배기 정보에의 접근은 대중들에게는 제한되어 있고, 철저하게 막혀 있다.


조지 소로스 같은 큰 손들은 1992년 검은 수요일(검은 수요일(Black Wednesday)은 1992년 9월 16일 수요일 조지 소로스의 퀀텀 펀드, 여러 헤지펀드가 영국 파운드화를 투매해 영국이 유럽 환율 메터니즘(ERM)을 탈퇴한 사건) 때나 금번 시기이나 속으로는 '쾌재'를 부를 것이다.


나같은 몽매한 대중은 매체에서 들은 내용에 따라 가볍게 운신해서는 안된다. 바짝 엎드려서 관망해야 한다. IMF, 서브프라임을 겪었으나, 우리는 여전히 그러저럭 큰 변함없는 삶을 살고 있지 않은가.


우리는 김선달이나 허생처럼 정세나 경제의 맹점을 두고 오랜 시간을 투자해 관찰하지 않았다. 눈으로 보지 않고 몇 분 동안 귀로 들은 데로 개미처럼 열심히 모은 알곡을 비판없이 내 놓을 수는 없다. 그런 어리석음을 발휘한다면 대동강물을 돈 주고 사는 사람들이고, 말총을 시세보다 열배의 값을 치르고 사는 참으로 착한 소비자가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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