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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May 16. 2016

소득에 관한 남편과 아내의 입장차이

윤소평변호사

의뢰인 중 대학교수 한 분이 있다. 혼인기간이 17년, 재혼이다.


그런데, 이혼소송을 제기하면서 이 분의 주장은 이렇다. '내가 17년 동안 집에 가져다 준 돈이 10억이나 되는데, 막상 재산분할 청구를 하려니 왜 돈이 없다는 것인가요'. '이건 분명히 마누라가 돈을 빼 돌렸거나 낭비가 심했던 것이 분명합니다'.


이분의 말을 듣고 나니 남편들이 집에 가져다 준 소득의 총액은 의외로 크다는 생각을 했고, 역설처럼 들리지만, 남편들이 벌어다 준 소득의 총액 중 일부는 남아 있어야 하는 것도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을 일순간 하기도 했다. 


소득을 바라보는 남편과 아내의 차이는 무엇인가.


# 어떤 총액을 기준으로 하는가


남편들은 구체적이고 소소한 지출내역을 크게 고려하지 않고, 자신이 지급하는 소득의 총액을 기준으로 자신의 소득을 바라보는 경향이 강하고, 아내는 그달그달 지출될 필요한 내역에 대한 총액을 남편의 소득에서 뺀 잔액을 기준으로 남편의 소득을 바라보는 경향이 강한 듯하다. 


남편은 가정에 지급하는 소득이 꽤 된다고 생각하고, 아내는 잔액을 기준으로 하다보니 여전히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 소득활동에 대한 관점의 차이


남편들은 기본적으로 아내와 자녀, 즉, 부양가족에 대한 부양의무를 성실하게 그리고 가급적 풍요롭게 이행하기를 희망한다. 현실이 그러한 희망을 깰 뿐이지, 남편들이 이기적인 생각을 품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남편들은 기본적으로 자기에게 지출할 것을 최대한 줄인다고 생각하면서 소득의 대부분을 내어 주는 것을 자기희생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아내들도 기본적으로 남편이 어려운 상황에서 고생하면서 돈을 벌어오고 있고, 그에 대해 감사하고, 남편을 응원하고 내조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생각은 대부분 품고 있다. 하지만, 자신의 꿈과 희망을 접고 살림과 양육에 최선을 다 하더라도 경제적, 가시적 효과는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 고단함에 대한 위로를 남편으로부터 받고 싶어도 남편이 받은 직장에서의 고단함의 크기에 비해 집안에서 겪는 고단함의 크기가 작다고 여기면서 참는다. 비록 돈은 벌지 않지만, 아내 역시 자기희생이라고 생각한다. 


아내들은 남편의 소득에 대해 감사하다는 측면도 있지만, 그 중 일부의 지분은 자기의 기여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드러낼 수는 없다.


# 아내는 돈을 벌어야 하는가



맞벌이 부부가 많고 부부의 서로에 대한 관점과 사고도 많이 달라졌다. 그러나, 평균적으로 변하지 않는 것들도 있다. 


남편들은 아이가 어릴 때에는 아내가 일을 하지 않고, 자녀를 돌보아 주기를 바란다. 그러나, 아내들은 아이가 어릴 때에는 자신도 좀더 젊고 경력의 단절도 없기 때문에 한시적으로라도 사회생활을 하고 싶어한다. 


남편들은 아이가 중고등학생이 될 때, 아내가 돈을 벌었으면 한다. 애들에게 손이 갈 일이 별로 없다고 생각하고, 남편들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언제 짤릴지 걱정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맘때, 아내들은 하던 일을 그만두고 아이들의 진학 등의 문제로 전업주부가 되고자 하는 생각을 많이 가진다. 그리고, 이미 할만큼 일을 해서 매너리즘에 빠지고, 피로도 누적되어 있다. 


맞벌이를 하더라도 시점과 시각에 있어서 차이가 극명하다. 


# 지금 헤어진다면 나누어야 할 몫은 얼마라고 생각하는지


아내들은 5:5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남편들은 여지껏 먹여 살렸으므로 주지 않던지, 최대한 분할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5:5는 남편들에게는 터무니없는 비율이라고 생각한다. 


# 우리가 거둬들인 소득은 다 어디로 갔나


외벌이든, 맞벌이든 벌어들인 소득의 총액을 기준으로 하면 참 큰 액수인데, 실제 왜, 현재에는 소액의 재산 밖에는 남은 게 없을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소득이 물가상승률을 따라 잡지 못 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사교육비가 많이 들어서 일수도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에 지불해야 하는 비용에 대해 간과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기본 품위유지비가 든다. 자존감때문일수도 있지만, 타인에게 보여지는 것에 대해 상당한 비용을 치른다. 


인간은 역할비용이 든다. 가장, 자식, 제자, 스승 등 역할에 따라 지출하는 비용의 크기가 천차만별이다. 예상치 못 했던 비용들이 세어 나간다. 


인간도 감가상각이 적용된다(커펙스라고 하는 비용). 슬슬 아픈 부위가 늘어가고, 회복하는데 드는 비용의 규모가 상당히 커진다. 이건 예정에 없던 지출항목이고, 우발적이 비용들이다. 이 비용은 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자녀에게도 적용되고, 부모님들에 대해서도 적용된다. 


인간은 국가에 대해 국민의 관계때문에 세금을 부담한다. 세금은 웃긴 점이 많이 벌수록 많이 매겨진다. 


여러가지 사고에 대한 비용도 문제다. 의도하지 않은 일들(교통사고, 범칙금, 벌금, 문제해결을 위해 전문가에게 지불해야 하는 비용, 자녀가 사고를 쳐서 회복해야 하는 비용 등등)에 대해 회복비용이 소요된다. 이것은 가계부 항목에 없는 비용들이다. 


이 외에도 더 상정할 수 있는 예외적인 비용들이 우리가 벌어들인 소득을 표시도 없이 갉아먹는다. 


# 상황이 이러함에도 과연 벌어다 준 게 얼마인데, 지금 이거 밖에 없냐고 말할 수 있을까


부부가 서로 존중하고 사랑하면서 서로의 입장에 대해 이해하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나부터조차 그런 착한 교훈은 실천하기 힘들다. 하지만, 최소한 적어도 남편들은 규모의 경제를 살아가는 아내들에게 총액 대비 잔액의 효과를 말하기를 삼가해야 하고, 아내들은 남편이 지급하는 총액이 유지되거나 증가할 것이라는 것에 대한 당연한 기대에 대해 염려와 가장 중요한 자신의 남편에 대한 비용을 우선 고려하려는 사랑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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