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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May 16. 2016

사소한 명분을 버릴 줄 아는 용기

윤소평변호사

# 유방의 처세


유방과 항우의 중국 천하를 두고 4년 넘은 한 판의 승부는 초한지로 요약되어 있다. 경영전략에 있어서도 유방과 항우의 비교법적 접근은 흔히 사용되는 강론이기도 하다.


사실 출신부터 자질과 인사에 이르기까지 유방과 항우는 대조라는 단어 이외에 비교라는 단어를 사용할 부분은 찾기가 힘들 정도이다. 일단, 유방과 항우의 초반 세력은 1:4 정도로 보면 되지만, 유방곁에는 소하, 장량, 한신 등(한초삼걸) 유능한 장수와 참모로 포진되어 꾸준히 반격의 준비를 할 수 있었지만, 항우는 기본 자질이 뛰어나다 보니 범증, 종리매 등의 참모가 있었으나, 인재를 중히 중용하는데에 인색했고, 자기 깜냥을 과신한 데에 패인이 있었다.


유방은 한신에 비해 16세 가량 손위였음에도 불구하고, 항우와 의형제를 맺는 비굴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고, 항우와 대립각을 세워 매번 패하면서도 부끄러워 하지 않았고, 여러 차례 도주하여 죽음만을 면하면서도 주변을 무너뜨리지 않고, 잘 추스렸다.


한번은 항우가 유방의 아버지와 처자를 사로잡아 성에 눌러앉아 싸우려 하지 않는 유방에게 투항하지 않으면 아버지를 삶아 죽이겠다고 하자, 유방은 "그 국물 한 그릇을 내게 달라"고 하며, 도발에 대해 응전하지 않았다. 천하에 웃음거리가 되었으나, 항우는 유방의 가족들을 풀어준다. 제왕답지 못 하고, 좁게는 사내답지 못 하다는 판단에서 그같은 결정을 실행에 옮겼다. 결국, 유방은 침한번 꿀꺽하며 치욕을 참아 가족을 죽음에서 구하고, 천하제패라는 더 큰 명분을 위해 사소한 명분을 포기하여 결국에는 항우를 자결에 이르게 했다.


# 조조의 처세


조조가 어렸을 때, 집에 채권자가 찾아와 아버지에게 빚독촉을 모질게 하고, 아버지가 쩔쩔 매는 모습을 보이자, 간질증상이 일어난 것처럼 채권자 앞에서 자지러지는 연기를 해서 그날의 채무독촉의 난처함에서 아버지가 벗어날 수 있도록 했다.


조조가 적벽대전을 일으켜, 유비와 손권이 연합을 하여 승전하면서 조조가 퇴각할 퇴로의 요소마다 제갈량이 조조를 사로잡을 장수를 배치하여 매복을 서게 했으나, 관우만은 그날의 작전에서 배제시켰다. 관우가 자존심이 상해 제갈량에게 이의를 제기하자, 과거 관우가 유비의 처와 아두가 함께 조조에게 신병이 구속되어 있던 시절, 조조가 관우에 대해 베푼 예우때문에, 관우는 조조를 사로잡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 제갈량은 관우를 작전에서 배제하였던 것이다.


관우는 결국, 과거에 베품받은 호의때문에 눈앞에서 사로잡을 수 있었던 조조를 순순히 도주할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 주게 된다. 사소한 명분을 포기하지 않은 관우 덕택에 유비는 결국, 삼국통일에 성공하지 못 한다.


# 사소한 명분과 자존심은 결국, 거대한 성공과 목표를 이루지 못 하게 한다


우리는 자주 자존심과 명예때문에 중대한 목표를 직선으로 내닿을 수 있는 길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만약, 사소한 자존심과 명분을 포기할 줄 아는 용기가 있다면, 실제 중요한 목표달성과 더큰 명분의 그 무엇을 실현할 수 있는 일이 더 수월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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